오마이뉴스
2017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전쟁은 무시된 건강 문제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한국전쟁이 멈춘 지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비극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그 대물림을 다룬 논문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조기 아동기 경험의 중요성이 한창 강조되던 때였기에, 전쟁의 상흔이 유전되듯 세대를 타고 흐른다는 사실이 보건학적으로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열변을 토하듯 써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내 시선은 참으로 순진했다.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었다. 문제는 전쟁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의 거리에 있었다. 북한과의 갈등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던 와중에도, 나는 실제로 이 땅에서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믿지 않았다. 그랬기에 당시 내게 전쟁이란 이미 말끔하게 정제된 데이터였고, 박제된 역사였으며, 충분히 먼 곳에서 벌어지는 타인의 고통일 뿐이었다. 나는 안전한 관찰석에 앉아, 타인의 비극을 지적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보건학이나 의학처럼 건강을 다루는 학문이 전쟁에 반응하며 내뱉는 언어는 좀체 변하지 않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 혹은 난민의 정신건강 같은 단어들. 어떤 악의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러한 접근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을 어느새 개인에게 귀속된 질병의 문제로 좁혀버리곤 한다. 전쟁을 질병 뒤에 숨기는 세련된 회피를 넘어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