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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쇼"같은 공연에 이 곡을? 훗날 세계가 사랑한 음악의 정체 | Collector
오마이뉴스

"매춘쇼"같은 공연에 이 곡을? 훗날 세계가 사랑한 음악의 정체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수변공원에 간다. 그곳을 걷는 일은 사계절 모두 기쁨을 준다. 새순이 나오기 전 나뭇가지는 붉게 물든다. 나뭇가지 끝의 어슴푸레한 붉은색과 거기에서 나온 새순의 연둣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안개처럼 몽롱하다. 꽃들이 만개하고 며칠 사이에 만개한 꽃잎들이 떨어져 날리면 잎들의 연두는 조금 짙어진다. 무슨 소리를 듣는다. 고개를 돌려 개천을 보니 헤엄치던 오리 두 마리가 자맥질하고 있다. 그 유영(遊泳)이 경쾌해 보인다. 이윽고 내 시선이 소리의 진원지에 다다른다. 납작한 조약돌이 모여 있는 사이. 그 사이로 물이 흐르고 물살에 닿은 봄볕은 통통 튕기면서 은빛으로 반짝인다. 그 반짝임과 함께 들리는 물소리. 내가 아는 한 물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음악가는 프랑스의 서양 고전 음악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다. 언젠가 비가 오는 날 아침에 딸을 인근 지하철역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의 일이었다. 차 안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이 흘렀다. 단조롭지만 물이 흐르는 듯 유려한 피아노 소리. 전면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피아노 소리는 앙상블처럼 잘 어우러져 물속에 있는 듯했다. 집에 도착할 때쯤 곡은 끝났다.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 청춘 시절에는 라벨의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라벨의 <볼레로>조차 그 시절 내게는 좀 이상한 음악처럼 여겨졌다. 관능적이고 에로틱하며 사람을 흥분시키는 음악.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볼레로>를 처음 귀 기울여 들었던 날이 기억난다. 더위와 무료함과 내면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로 단조로운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것을 못 견뎌서 끝내 라디오 스위치를 껐던 그 여름날의 기억이. 이 곡을 새롭게 만나게 된 것은 몇 년 전 어느 음악 강의에서 강사가 보여준 영상에서였다. 볼쇼이 발레단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마야 플리세츠카야가 현대 발레를 있게 한 혁신적인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로 열연하는 <볼레로>. 발레리나는 원형 무대 위에 서서 기계체조 같은 단조로운 동작부터 보여준다. 어둠 속 붉은색이 도드라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독무는 때로는 허공을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때로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밍크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오는 모습 같기도 하다. 홀로. 고독하게. 발끝의 긴장을 디디고 서서. 두 팔을 우아하게 나풀거리며. 허리를 유연하게 휘며. 곧 원형의 무대 아래에 남성 무용수 2명이 춤추기 시작한다. 2명이 4명, 4명이 8명으로 늘어나고 춤은 점점 격렬해진다. 그러다가 온몸을 던지는 듯하던 발레리나의 마지막 몸짓이 클라이맥스에서 남성 무용수들과 함께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발레 <볼레로>의 여운은 깊고 오래 갔다. 영상이 끝난 뒤에도 그 반복적인 음과 발레리나의 동작은 끝없이 되풀이되는 허공에서 맴돌았다. 곡이 시작되고 끝나는 15분 동안 똑같은 리듬을 크레셴도로 고조시킨다는 것. 그 반복과 고조 끝의 결단력 있는 클라이맥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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