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금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불편한 진실은 불평등이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격차는 줄지 않고,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불안은 기술 변화와 산업 재편 속에서 더 넓게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이 위기의 무게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정부가 앞세우는 것은 성장·투자·인공지능(AI)·산업전환·지역 활성화이다. 반면 복지·재분배·사회보험·실업보호·돌봄은 늘 뒤로 밀린다. 성장이 본문이고 복지는 부록인 듯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출신이어서인지 보건 분야만 집중하는 것 같다. 통합돌봄 정책이 있긴 하지만, 사회복지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비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청와대에서 이 분야를 담당하는 사회수석의 이름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국정에서 사회복지의 존재감이 얼마나 희미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조화된 불평등, 기회와 선택권 격차로 이어져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의 소득분배 지표를 보면 최근 분배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빼고 이전소득을 더한 뒤의 분배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5분위배율은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격차를 나타낸다. 이 지표들이 최근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장에서 벌어진 격차를 완충하는 재정과 복지의 역할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산 불평등은 더 심각하다. 순자산 지니계수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최근 들어 그 폭은 더 커졌다.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 가운데 자산 불평등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단순한 경기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 양극화의 심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행했던 '벼락 거지'라는 말이 상징하듯, 집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이미 거대한 현실이 됐다. 최근에는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주식·채권·펀드·예금 같은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은 금리 변화와 자산시장 회복, 배당과 이자 수익의 혜택을 누리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시 기회를 만든다. 금융자산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사람은 물가 상승과 대출 부담, 경기 변동의 충격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함께 보유한 계층은 상승기뿐 아니라 조정기에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강하다. 무주택이면서 금융자산도 부족한 계층은 전월세 부담, 금리 변화, 소득 충격을 더 직접적으로 짊어진다. 결국 한국의 자산 불평등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함께 가진 계층과 어느 쪽도 갖지 못한 계층 사이의 복합적 격차로 나타난다. 이 차이는 재산의 양을 넘어 기회와 선택권의 격차로 이어진다. 자산 불평등을 더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저출생이다. 과거에는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여러 자녀를 두면 상속과 증여 과정에서 자산이 어느 정도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세대 안에서 자산이 나뉘는 기제로 작동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 자녀 가구가 늘면서 이런 분산 효과가 크게 약해지고 있다. 부모 세대가 축적한 주택과 금융자산이 한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자산의 집중화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자산 격차는 교육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고, 교육 격차는 다시 노동시장의 성과 차이로 연결된다. 그 차이는 노후 준비와 자녀 세대의 출발선 격차로 번진다. 결국 불평등은 소득·자산·교육·주거·건강·돌봄·노후를 관통하는 하나의 연결된 구조가 된다. 이런 사회 구조 앞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성장의 과실이 나중에 흘러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기회를 재배분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 두터운 복지국가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행보를 보면 그런 복지국가의 비전은 선명하지 않다. 국정에 복지가 안 보인다… 기술적 진보 비용은 제도의 문제 정부의 발표를 보면 취약계층 지원, 생계보호 강화, 안전망 확충, 비정형 노동자 보호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국정의 중심 철학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성장동력 회복이 우선이고, 투자 확대가 핵심이며, AI와 산업정책이 미래의 해법이다. 복지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는 보완 장치에 그치고 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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