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모두가 기름값을 본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주유소 가격표가 바뀌고, 정부는 비축유 208일치를 말한다(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석유 비축 물량은 약 1억 9000만 배럴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이 물량으로는 수입 없이 약 208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 편집자 주).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게 있다. 이 위기는 주유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전남 고흥의 시설원예 농가는 하우스 보일러를 틀 때마다 시간당 경영비가 증발하고 있다. 경북 상주의 스마트팜 청년 농가는 매달 융자 상환금을 보내면서 비닐값 인상 고지서를 함께 받았다. 충남 부여의 멜론 농가는 멀칭 비닐을 구하지 못해 파종 일정을 미루고 있다. 이 사람들의 위기는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다. 한국 시설원예 농가의 경영비에서 난방비 비중은 30~50%다. 네덜란드나 일본 같은 시설원예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다. 평시에도 이미 기름값에 목줄이 잡혀 있는 구조다. 유가가 흔들리면 농가의 손익계산서가 먼저 흔들린다. 바로 그 기름값이 지금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량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는 선박 운행 정보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밤 늦은 시간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행량이 70% 감소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 당국자들을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20척 이상의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의 회복은 아니다. 사실상 마비 상태는 유지되고 있고, 나프타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유가가 단지 주유소 가격만 올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비료, 비닐, 유류, 사료, 포장재. 농사의 기본 투입재 다섯 가지가 한꺼번에 뛴다. 호르무즈 리스크에 갇힌 한국, 흔들리는 농업 한 가지 비용이 아니라, 농사의 기반 전체가 들썩이는 것이다. 농식품부 점검회의에 따르면, 비료 핵심 원료인 요소의 약 38%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입된다. 멀칭 비닐은 나프타 원료값 급등의 영향으로 소매가격이 20~40%까지 뛰었다. 사료도 환율, 해상운임, 유가의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이 흔드는 것은 비닐만이 아니다. 육묘용 트레이, 비료 포대, 관수용 호스, 축산용 사일리지 래핑 필름까지 농업 현장의 자재 전반이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한국 농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석유화학 공급망 안에 들어가 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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