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나는 지난해 이후 검찰개혁과 관련해 셀 수 없는 글을 썼고 언론 인터뷰를 해왔다. 내 블로그에 정리된 글만 65개이고, 단독 인터뷰 기사만도 20여 개에 이른다. 오늘 나는 이 글과 이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말해 왔는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는 검찰개혁론자다. 이 점을 먼저 분명히 하고 싶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나는 인권 변호를 하는 변호사로서, 인권정책을 다루는 공직자로서, 인권법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지난 40여 년을 살아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경찰청 수사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누구보다 오랜 시간 검찰과 경찰의 개혁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아온 사람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을 때 나는 검찰개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믿음이 있었기에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직을 맡았다. 위험하게 흘러가는 검찰개혁 논의 그러나 나는 지금의 개혁 논의가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 내가 수없이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해온 이유는 바로 이 위기감 때문이다. 나는 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방식으로는 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먼저, 가장 자주 말해 온 것은 이것이다. 검찰개혁의 목적은 두 가지여야 한다. 첫째는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국가의 범죄 억지 기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지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함께 가야 한다.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그런데 지금의 논의는 온통 첫 번째에만 집중되어 있다.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는 열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실종되었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제도 개혁은 구호로 굴러가지 않는다. 현실에서 그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연간 170만 건 가까운 형사사건 중 99%는 일반 민생사건이다. 살인, 강도, 성폭력, 사기, 폭행 등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직결된 사건들이다. 경찰이 범죄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만 해도 연간 약 110만 건에 이른다. 검사는 이 사건들을 단순히 기록 검토로 끝내지 않는다. 증거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진술 모순을 점검하며, 법정에서 공소유지가 가능한지를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참고인 조사 한 번, 추가 증거 확보 하나가 기소와 불기소를 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내가 반대하는 것들 나는 '수사·기소 분리'를 교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 원칙이 개혁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 지금 논의의 가장 큰 문제다. 검사제도를 가진 어느 나라에도 "검사는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절대 원칙은 없다. 나라마다 검사와 경찰의 관계를 다르게 설계하고 있을 뿐, 검사가 기소 책임을 지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수사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것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에서는 이 원칙이 마치 성역처럼 되어버렸는가. 나는 그 배경을 이렇게 본다. 검찰권 남용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정치인들의 개인적 경험이 정책 판단의 기준이 되었고, 그것이 지지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절대선의 서사'로 굳어진 것이다. 나는 그 분노를 이해한다. 그들의 선의도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개인의 경험이 백년대계 형사법 설계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적지 않은 국민이 '수사·기소 분리가 아니면 검찰개혁은 실패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 설득의 결과가 아니다. 반복과 감정의 축적이 만든 것이다. 제도 개혁이 감정 정치의 하위 영역으로 전락한 것이야말로 비극이다. 나는 검사 집단 전체를 악마화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특정 권한의 남용을 비판하는 것과 하나의 직역 전체를 악마로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집권 세력이 검사를 악마화해서 얻을 것은 없다. 그들도 공무원 조직에 불과하다. 제도적으로 다뤄야 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악마화는 오히려 집권 세력 내부의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사들이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말하면 '수사권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위장 연기'라고 단정하는 태도다. 이해관계를 의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발언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낙인이다. 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악마화의 언어다.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은 신뢰 없이 작동할 수 없다. 검찰을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개혁이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만 남는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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