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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주의’ 첫 균열…아동 둔 위기가구, 공무원이 복지 직권신청 | Collector
‘신청주의’ 첫 균열…아동 둔 위기가구, 공무원이 복지 직권신청
서울신문

‘신청주의’ 첫 균열…아동 둔 위기가구, 공무원이 복지 직권신청

정부가 복지 ‘신청주의’의 벽을 넘는 첫 제도 개선에 나섰다. 미성년 자녀 등이 포함된 위기가구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도 공무원이 생계급여를 대신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이달 중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8일 발생한 울산 울주군 위기가구 일가족 사망 사건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 우려가 커지자 취약계층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직권신청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신청이 없으면 지원도 없다’는 원칙에 따라 운영됐다. 위기가구를 발견한 공무원이 생계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권한은 있었지만 수급권자의 동의가 필수였고 금융재산 조사를 위한 서면 동의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당사자가 낙인감을 우려해 신청을 거부하거나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 국가의 안전망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려웠다. “사람부터 살려라”…환수 책임 걷어낸 ‘선지원 후조사’ 이번 개선안은 이러한 절차적 장벽을 과감히 걷어냈다.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긴급복지 지원을 우선 실시하고,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 치매 노인처럼 스스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가구원이 있는 경우 담당 공무원이 동의 없이 직권으로 생계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박민정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사회보장급여법상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미성년자 등의 경우 동의 없이 직권신청을 허용한 규정이 있는데 이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도 적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인과 비장애인으로만 이뤄진 가구는 현행법상 당사자 동의 없이 직권신청이 불가능하다. 복지부는 연내 ‘동의 없는 직권신청’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사 방식에도 과감한 조정이 이뤄졌다. 당사자로부터 금융정보 제공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근로소득과 일반재산 등 공적 전산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만 우선 조사해 급여를 결정하고, 이후 3개월 내 금융정보를 보완해 재조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재산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이미 지급된 급여는 환수하지 않기로 했다. 현장 공무원에게 환수 책임을 묻지 않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면책하도록 해 ‘지급을 주저하다 비극을 부르지 말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기존 수급자와의 형평성, 현장 민원 부담 다만 한계는 있다. 과다 지급이 발생할 경우 환수를 원칙으로 하는 기존 수급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금융재산을 제외한 간이 조사 방식 역시 제도의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사후 부적격 판정에 따른 민원과 판단 부담을 현장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달 말 기초생활보장 수급 문턱 완화와 사회복지 인력 확충 등을 담은 종합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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