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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은 이거 먹지도 않나봐"... 선배가 오사카에 두고 간 것 | Collector
오마이뉴스

"일본 사람은 이거 먹지도 않나봐"... 선배가 오사카에 두고 간 것

오사카에 벚꽃이 만개할 즈음, 대학 교정은 활기를 띤다. 일본 대학은 4월 초 새 학기가 시작된다. 벚꽃 아래서 도시락을 먹거나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함께 추는 학생들도 쉽게 눈에 띈다. 학교 앞 술집도 학생들로 가득 차다. 각종 동아리는 저마다 신입 회원을 모집하느라 과도한 '호객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청춘이 부럽기 그지없지만, 50대 객원 연구원인 나는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대학이 근거지이지만 섣불리 끼어들 수 없다. 민폐일지 모른다. 그들과는 이미 30년이라는 세대차가 있고, 내 머리는 빠졌고 생각마저 늙어버렸다. 마치 파릇파릇한 나무 사이에서 고목이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벚꽃에 '환장'한 나라에 살면서 활짝 핀 벚꽃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벚꽃은 한잎 두잎 사라져간다. 어느덧 오사카 생활도 넉 달로 접어든다. 연구원 생활도 이제 겨우 두 달 남았다. 돌아갈 날이 다가온다. 그동안 뭘 했나 싶다. 오사카 생활, 석 달이 지나자 힘들어졌다 석 달이 지날 무렵인 지난 3월, 도쿄로 출장을 다녀온 뒤부터 힘이 들었다. 체력도 달리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에 부쳤다. 마음도 무겁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의욕도 바닥이라 연구원으로서 할 일과 직장에서 부여한 과제를 겨우 해낼 정도로 살아갔다. 30년을 향해 가는 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기 위해, 어렵사리 기회를 얻어서 오사카까지 왔건만 일본에서조차 힘들어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곱씹어보니 몇 가지 짚이는 게 있었다. 일단, 몇 달이 지나자 그다지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엔 신선한 자극도 받고 문제의식도 갖게 되었지만 어느샌가 오사카 생활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급급했다. '일본은 원래 그렇고 그런 나라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었다. 관광객도 현지인도 아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어정쩡한 이방인이 나의 모습이었다. 물론 많은 일본인을 만나고, 대화를 하고, 술잔을 주고받았지만 그들에게 나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었다.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나는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그만인,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다. 나 역시 일본 문화에 적응이 된 건지, 새로운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에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정중한 거절'을 반복하는 일본인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맘 편할지 모른다고 여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었다. 어느 결에 나는 다시 한국에서처럼 일상에 쫓기고 있었다. 강의 수강, 발표 수업 준비, 연구 과제 정리, 출장, 일본어 공부에 허덕이고 있었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빨리,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갈아 넣었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했다. 이러려고 오사카까지 온 게 아닌데. 동료의 충고 "천천히,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지치고, 허전하고, 공허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동료 두 명이 4월 주말에 오사카로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업무로 만난 사이는 아니다. 정기적으로 만나서 독서 모임을 하던 선배와 후배였다. 그 무렵 출장과 발표수업 준비로 바쁘고 의욕도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반가움이 앞섰다. 게다가 오사카 오기 전에 바쁘다는 핑계로 변변한 인사도 못한 채 떠났던 터라 미안함까지 겹쳐 가이드를 하겠노라 자처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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