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요즘 나는 지독한 글태기에 빠졌다. 이 글도 며칠째 제자리 걸음이다. 글태기에 빠진 원인은 명확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 직장에서 정기 인사 발령이 있었다. 규모가 큰 도서관인 만큼 업무도 많을 뿐 아니라, 민원도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신발 끈 대신 양손에 손목 보호대를 단단히 동여매며 전의를 다졌다. 퇴근 후에는 침대로 그대로 직행했다. 버스정류장 노상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시들어버린 봄나물처럼 육체도 마음도 시들어갔다. 입맛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밥 때가 되면 먹었다. 소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간식까지 챙겨 먹었더니 외려 몸무게는 더 늘어났다. 붓고 푸석푸석한 얼굴, 돌덩이같이 뭉친 어깨 근육. 정말이지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이 와중에 원고 마감일은 다가왔다. 틈틈이 토막 난 시간을 끌어다 글을 썼다. 그런데 다 쓰고 나면 분량만 채웠지 문장과 문단 사이가 생선 토막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사람의 영혼까지 비릿하게 만드는 이 글태기를 이겨낼 방도가 없어 보였다. 새 흙을 뚫고 기어이 올라온 머위 잎사귀 모처럼 쉬는 날이었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라도 단 듯, 무거운 걸음으로 남편과 함께 집 앞 텃밭을 서성거렸다. 남편은 최근 150평쯤 되는 텃밭에 새 흙을 대대적으로 받았다. 돌아가신 시부모님이 전업 농부였다면, 남편은 그 땅을 겨우 지켜가는 부업 농부였다. 올해는 특히 새 흙도 받아 가며, 적극적으로 무엇을 심을지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새 흙을 너무 많이 받은 것이다. 매년 머위와 참나물이 자라던 일부 밭 자락까지 두꺼운 흙더미가 덮어버렸다. 아쉽지만 새 흙이 덮인 자리에는 봄나물을 못 보겠구나 싶었다. 그때였다. 새 흙바닥 군데군데에서 초록 잎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여보, 이거 머위 아냐?" "와, 못 올라올 줄 알았는데. 결국 올라왔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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