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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벚꽃 사진 아냐? 이 감성 어떻게 찍었냐면요 | Collector
90년대 벚꽃 사진 아냐? 이 감성 어떻게 찍었냐면요
오마이뉴스

90년대 벚꽃 사진 아냐? 이 감성 어떻게 찍었냐면요

촬칵 찌이이잉. 셔터 소리보다 먼저 귓가를 때리는 것은 육중한 모터 드라이브의 구동음이다. 오늘 내 손에 들린 카메라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최악의 니콘'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기도 했던 니콘 F50이다. 1990년대 중반, 각진 금속 바디의 시대를 지나 '미래지향적'이라는 미명 아래 온몸을 둥글둥글한 플라스틱으로 감싸고 나타난 이 카메라는, 사실 매물조차 구하기 힘든 유물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F60이나 F70 같은 훨씬 친절한 후속 기종들이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악명 높은' 녀석을 들고 벚꽃 길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독한 레트로 감성, 니콘F50 처음 이 카메라를 마주하면 누구나 당혹감에 빠진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익숙한 디지털카메라는 물론이고, 웬만한 필름 카메라에도 당연히 있어야 할 '모드 다이얼'이나 수치를 조절하는 '휠'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신 상단에는 거대한 LCD 창과 함께 8비트 컴퓨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투박한 버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의 직관적인 터치에 익숙한 MZ세대에게 F50의 인터페이스는 마치 전원을 켜자마자 영문 명령어(DOS)를 타이핑해야 했던 옛날 컴퓨터를 마주한 아찔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투박한 액정 속에 박히는 각진 문자들은, 역설적으로 그 시대를 통과해온 이들에게는 지독한 레트로 감성을,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낯선 신선함을 안겨준다. F50이 '최악'이라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 복잡한 조작 체계에 있다. 보통 사진의 밝기를 조절할 때 우리는 조리개를 열거나 셔터 속도를 바꾼다. 보통 그럴 때 다이얼을 통해 직관적으로 조작한다. 그런데 이 카메라는 그 과정이 흡사 컴퓨터 폴더를 하나씩 클릭해 들어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 먼저 '메뉴' 버튼을 눌러 조리개 우선(A)인지 셔터 우선(S)인지를 선택하고, 그다음 하위 메뉴로 진입해 수치를 변경해야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조리개 값을 바꿀 때와 셔터 속도를 바꿀 때 사용하는 버튼이 각각 다르게 할당되어 있다는 점이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서로 한 마디도 섞지 않고 각자 만든 기능을 이어 붙인 것 같은 이 '대환장 파티'는 사용자에게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이 과정은 '어려움'보다는 '귀찮음'에 가깝다. 조리개(렌즈에서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는 우리 눈의 수정체처럼 빛의 양과 배경 흐림을 조절하고, 셔터 속도는 찰나의 시간을 얼마나 길게 혹은 짧게 기록할지를 결정한다. 이 구조를 머릿속에 그린 채 버튼을 꾹꾹 누르다 보면, 어느덧 기계와의 기싸움에서 승리하는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벚꽃 잎이 날리는 긴박한 순간에도 이 느릿한 조작법은 오히려 산책자의 호흡을 가다듬게 만든다. 빠르게 찍고 넘기는 디지털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한 장의 노출을 맞추기 위해 정성스럽게 버튼을 누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 되는 셈이다. 까다로운 완벽주의와 시원한 파인더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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