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평선이 어디 있지?" 대충 쓴 모자, 초췌한 얼굴에 손에는 굵은 시가를 든 노인이 넋이 나간 채 서 있는 청년을 향해 소리쳤다. "지평선이 바닥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이 꼭대기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제길 더럽게 재미없어! 자, 행운을 빈다. 빨리 꺼져!" 잠시 노인을 바라보던 청년은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 희미한 웃음을 짓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방문 밖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서는 청년, 밝은 얼굴로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곤 서둘러 자리를 뜬다. "정말 감사합니다" 렌즈 속 환상과 진실 청년의 이름은 새미 파벨만,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에게 호통을 쳤던 노인은 20세기 중반 미국 영화를 이끈 거장, 존 포드다. 채 5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거장의 깊은 뜻을 이해한 청년은 영화감독의 길을 꿈꾸며 영화는 끝난다. 2023년 개봉한 <더 파벨만스>는 1960년 대 영화에 빠진 한 소년이 감독이 되기까지 겪는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난 새미는 어린 시절 영화관에서 본 기차 충돌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여섯 살 꼬마가 선택한 방법은 이 장면을 직접 찍어보는 것. 아빠의 카메라와 기차 장난감으로 영화 속 장면을 구현해 내어 상상 속 공포를 스스로 통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느덧 십대가 된 새미. 부모의 지지 속에 꾸준히 작품을 만들며 감독의 꿈을 키워가던 소년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는 사건이 발생한다. 즐거웠던 가족 캠핑 장면을 편집하던 중, 우연히 어머니의 외도 현장이 담긴 장면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카메라 필름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직장 동료이자 절친이었던 버니와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 못했던 진실이 렌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새미는 두려움에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어머니를 향한 원망을 가슴에 숨긴 채. 영화의 힘 새미의 가족은 유능한 전기공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세계 2차 대전 참전 군인이었던 새미의 아버지, 버트 파벨만은 1950년 대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한 컴퓨터의 핵심적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버트가 이직한 회사들을 따라가며 1950~1960년대 컴퓨터의 기술적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가 처음 몸담았던 RCA는 진공관 방식을 채택한 병참 행정용 컴퓨터 비즈맥(BIZMAC)을 생산하던 회사였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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