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매춘부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서든 종종 들을 수 있던 이 말은, 성매매라는 악습에 저항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차피 사라질 순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 앞에 사람들을 무력하게 투항시켜 왔다. 지난 13일 " 그 말은 틀렸을 뿐 아니라, 아주 위험한 말이다. 매춘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여성에 대한 지배 시스템이다"라는 말을 프랑스 전 여성부 장관 입을 통해 듣기 전까지 나 역시 그랬다. 이날은 프랑스 의회가 10년 전, 성매매 폐지를 위한 법안(성 매수자만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킨 날이다. 법 제정 10주년을 기념하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성매매 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온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이 함께한 프랑스 성평등 모델 10주년 기념 국제 포럼이 프랑스 의회에서 열렸다. 법이 통과될 당시 사회당 정부의 여성부 장관이던 나자트 발로벨카셈은 성매매 폐지 법안을 지지하는 자신을 조롱하던 주류 언론들의 공세를 회고하며, "매춘부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도시 괴담을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 사살했다. 12일 파리 팡테옹에서 앵발리드까지 이어진 전 세계 성매매 폐지 활동가들의 거리 행진으로부터 13일 8개의 방대한 세션으로 구성된 국회에서의 포럼까지 이틀 간의 뜨거웠던 순간들을 담아본다. "성 구매는 폭력행위, 구매자는 범죄자" 지난 12일 파리, 집회가 예고된 팡테옹 앞엔 '생존자'라 불리는 각국 여성들이 또 다른 여성들의 초상화를 들고 서 있었다. '생존자'는 성매매의 늪에서 탈출하여 완전히 다른 삶을 시작한 이들을 일컫는 세계 공통의 명칭이다. 성매매 여성의 사망률은 일반인들에 비해 6~12배까지 높다(2004년 영국 보건부 조사 결과). '생존자'들은 성매매 중 죽어간 여자들의 초상화를 들고서, 그 지옥의 삶을 탈출해서 생존하고 있는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투쟁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의 생존자 '무무'(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운영위원장)는 한국 남성 2명 중 1명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한국엔 성매매 방지법이 있으나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나누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발'로 판단될 경우, 매수자와 마찬가지로 처벌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법의 실효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경험한바 "성매매 현장은 자유로운 선택의 공간이 아니라, 가난, 폭력, 차별, 사회적 고립 속에서 밀려난 결과"였다. 프랑스에 앞서 최초로, 여성 몸의 상품화를 범죄화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의회는 '성 구매자를 가해자로,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로 규정하는' 성매매방지법을 1999년 통과시켰다. 이 법에서 성 매수자는 포주와 함께 처벌의 대상이 되고, 성매매 여성은 자활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스웨덴 성평등부 장관 니나 라슨은 법 제정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법은 스웨덴 사회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을 사는 것이 쉬운 사회에서 진정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입법자들의 의지는 명료했으나, 여론은 그들 편이 아니었다. 반대 목소리와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속에 법이 통과됐지만,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10년 뒤, 거리의 성매매 종사자 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고 무엇보다 "성을 사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 상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법 도입 전엔 13.6%에 이르던 스웨덴 남성들의 성 구매 경험 비율이 10년 후엔 7.8%로 떨어졌다. 법 통과 당시, 30%의 국민만이 지지했으나, 10년 뒤엔 70% 이상의 국민이 해당 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웨덴 경찰청과 국가범죄수사국의 통계는 범죄 조직들이 스웨덴을 기피하게 되었음을 보여줬다. 스웨덴에서의 이러한 성과는 북유럽 국가 대부분의 성매매방지법을 바꾸게 했고, 프랑스의 법 개정에도 영감을 제공했다. 니나 라슨 장관은 프랑스가 스웨덴의 뒤를 이었을 뿐 아니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지적하며 양국 간의 연대를 통해 성매매 폐지법이 전 세계에 확산되도록 할 것을 다짐했다. 프랑스를 각성시킨 생존자 로젠 이셰르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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