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산 하나가 통째로 물들다 4월 20일, 지하철 4호선 수리산역 3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타오르는 듯한 분홍의 물결이었다. 도보로 불과 3분 거리에 있는 철쭉동산은 '역세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봄의 압도적인 색채가 도시 한복판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언덕에 가까워질수록 그 색채는 비현실적일 만큼 선명해졌다. 언덕 위로 오르자 꽃보다 먼저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셔터를 누르고, 누군가는 그 화사한 풍경 속에 가만히 서 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의 한순간인 '봄'을 붙잡으려 애쓰는 풍경. 그것은 꽃의 개화만큼이나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이 장엄한 풍경 앞에서 문득 이 땅의 과거를 떠올려본다. 1999년 송전탑이 세워진 삭막한 언덕에변화가 시작된 것은 군포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부터다. 한 그루, 한 그루 묘목을 심던 손길들이 모여 2만 제곱미터의 언덕을 빈틈없는 철쭉 군락으로 채웠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르자 이곳은 당당히 '군포 8경' 중 제6경에 이름을 올렸다. 정성으로 빚어낸 기적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또렷하다. 누군가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 시간이 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닌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카메라 두 대를 양어깨에 메고 다니는 탓인지, 낯선 이들은 종종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작가님,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이런 부탁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취미로 하고 있는 사진생활에 '작가'라는 호칭은 내게 과분하게 느껴졌고, 사색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아쉬웠다. 요청이 이어지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던 어느 노부부의 모습을 마주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나에게는 스쳐가는 한 장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단 한 번의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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