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22년의 어느 날, 동트기 전 새벽 달리는 택시 안이었다. 밤샘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도로는 한산했고 택시는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난생처음 겪는 감각이 몸을 덮쳤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온몸이 뜨거워졌다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마치 지구의 핵을 향해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경했던 증상 중 또렷했던 감각은 단 하나였다. 곧 죽을 것 같다는 확신. 결국 기사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내 공황의 시작이었다. 얼마 후, 그것은 나를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과로도, 특별한 사건도 없었다. 빨래를 개며 동료와 메신저를 주고받던 평범한 일상 속이었다. 시야가 흐려지더니, 급작스럽게 온몸을 감싸는 선득한 기운, 단숨에 세상과 내가 격리되고, 아가미 없이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기분. 공황장애 이어 불안장애까지 이번에는 더 심각했다. 호흡이 막히고 팔다리가 경직됐다. 소파에 쓰러진 내 주변을 고양이가 뱅글뱅글 돌았다. 온 힘을 짜내 119를 불렀고, 응급실에서 과호흡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그날 구급대원에게 종이봉투 호흡법을 배웠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진단서에는 정신과 질환 진단 시 부여되는 'F 코드(정신질환 질병코드)'가 붙었다. 'F'라는 진단코드가 붙는 순간 실비 보험 청구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2016년 1월 1일 이전에 가입한 실비(실손)보험의 경우 F코드 실비 청구가 불가하다). 몸도 마음도 낙제점을 받은 기분이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응급호흡법을 익히고 공황장애도 잘 견디고 있던 내게 2023년, 불안장애라는 파생 질환이 하나 더 따라붙었다. 공황이 가끔 오는 일이라면 불안은 만성이었다. 작은 이유로도, 혹은 이유가 없어도 나는 내내 불안했다. 지하철과 비행기를 피하게 됐고, 밤이 되면 외출이 두려웠다. 불면증이 시작됐고 가방 속에는 늘 호흡을 위한 종이봉투와 처방 약이 들어 있었다. 삶의 반경은 점점 좁아졌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초 건강검진에서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까지 받았다. 매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은 불안을 증폭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비파열성 동맥류 진단을 받은 후 수술 치료받지 않고 추적하는 환자가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진단 후 치료받지 않은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의 정신 질환 위험 증가: 전국 코호트 연구 결과' -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이향운, 신경외과 양나래 교수 2024.10)도 나왔다. 내가 해당하는 얘기였다. 다시 불안이 시작됐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불안함이 엄습해 세상을 피하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가장 좋아하던 러닝조차 멈췄다. 혹시라도 뛰다가 쓰러지면 어떡하지, 하는 과민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봤다. 여행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내가, 러닝을 그렇게 좋아하는 내가, 밖을 나가는 게 두려워 집안에만 웅크린 채 늙어가는 노년이라니.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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