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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김밥도 부탁” “애 다쳤으니 고소”…체험학습 없애는 학교들 | Collector
“우리 애 김밥도 부탁” “애 다쳤으니 고소”…체험학습 없애는 학교들
서울신문

“우리 애 김밥도 부탁” “애 다쳤으니 고소”…체험학습 없애는 학교들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에서 교사 A씨의 학급 학생이 넘어져 팔에 통증을 호소했다. 학생이 “팔이 아프다”며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자녀를 데리러 갈 수 없다는 부모에게 A씨는 “병원에 데려가시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다음날 병원을 찾은 학생은 팔이 골절됐다고 A씨에게 알렸다. 이어 학생의 부모는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며 교육청에 신고했고, 학생의 삼촌은 A씨에게 전화해 욕을 퍼부었다. <인디스쿨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 사례 모음집’ 발췌> 수학여행이나 현장 체험학습 등 학생들의 소중한 추억이어야 할 외부 활동이 각종 민원에 멍들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들이 법적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우려 탓에 일선 학교의 절반가량이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10곳 중 1곳은 아예 외부 활동을 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1년간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같은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53.4%에 그쳤다. 소풍이나 당일 현장학습 등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만 갔다는 응답은 25.9%, 교내 체험 활동만 했다는 응답은 10.8%였다. 학교 10곳 중 1곳은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 외부 체험활동을 일체 하지 않고 ‘찾아가는 체험활동’ 등 교내 체험 활동으로 대체했다는 이야기다. 모든 형태의 현장체험학습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응답도 7.2%에 달했다.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9.6%는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가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어 불안하다고 답했다. 또 준비 과정의 행정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응답도 84.0%에 달했다. “체험학습 아예 안 한다”는 응답 7% 교사 80% “형사책임 면책 강화를” 교사들은 현장학습과 관련해 ‘교사 형사책임 면책 강화’(80.9%)를 1순위로 요구했다. 이어 ‘숙박형 체험학습 제한 또는 중단’(30.8%), ‘안전조치 기준 명확화’(26.6%) 등도 개선책으로 꼽았다. 실제 교사들은 수학여행 등 외부 활동을 추진하고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식사와 이동, 체험 장소와 프로그램 등을 둘러싸고 과도한 민원을 감당하는 한편 학부모들로부터 사고나 부상에 대한 책임까지 추궁받는다. 초등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이 2023년 발간한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 사례 모음집’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험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교사 B씨는 놀이공원에서의 체험학습을 추진하면서 점심 식사로 놀이공원 내 식당의 햄버거를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가 한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학부모는 “그 놀이공원 햄버거 맛없다. 다른 것을 먹게 해달라”면서, “어쩔 수 없다”는 B씨에게 “교직원 회의에서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교사 C씨는 체험학습 버스에서의 자리 배치를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기로 했는데, 한 학생이 가위바위보에서 지자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선생님이 우리 아이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고 따지는 일도 겪었다. “선생님 김밥 싸실 때 우리 아이 것도 싸달라”, “형편이 어려우니 도시락은 교사 사비로 사달라”는 요구도 다반사다. 교사 D씨는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학생에게 내 도시락과 친구들 도시락을 나눠서 즐겁게 먹었는데, 학부모가 ‘도시락 안 싸온 우리 아이를 비웃었다’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버스 옆자리에 친한 친구 앉혀달라” “점심 메뉴 다른거로” 민원도 가지가지 특히 학생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둘러싼 책임 추궁과 이로 인한 교사들의 부담감은 상당하다. 교사 E씨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마친 뒤 현장에서 무단 이탈한 학생을 찾아 학교로 무사히 데려왔다. 학생의 어머니는 다음날 교장실로 찾아와 “학생 수를 세지도 않고 출발했다”면서 E씨를 아동 유기 및 방임죄로 고소하겠다고 항의했고, 결국 E씨는 휴직했다. 체험학습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이러한 교사들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 2022년 한 초등학교 6학년이 강원 속초시로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한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어 숨졌는데, 당시 인솔 교사는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2심에서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 교사는 상고를 취하해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전교조는 “교사가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공포는 숙박형 체험학습을 기피하거나 교육활동 자체를 축소해 결국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기회를 박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 치사·상 죄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고 위험과 운영 부담이 큰 숙박형 체험학습에 대한 운영 기준을 재검토하고 행정 업무를 과감히 정비해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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