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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면 몰래 뜯어먹었던 나물 | Collector
엄마가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면 몰래 뜯어먹었던 나물
오마이뉴스

엄마가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면 몰래 뜯어먹었던 나물

산책을 나섰다. 우리 집은 1층이라 현관문을 나서면 '초화원'이라는 작은 정원이 보인다. 눈앞에서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벚꽃과 목련이 떠나버린 자리를 황매화가 노랗게 오밀조밀 찾아왔다. 화단 여기저기에 빨간 철쭉이 발길과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 걸음 더 가면 보랏빛 구름처럼 피어난 수수꽃다리 향이 퍼진다. 눈보다 먼저 코에 와닿는 봄이다. 아파트 주변을 걸으려고 나갔는데 예쁜 꽃들을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두 손 가득 봄을 담아오고 싶어졌다. 남편도 마음이 통했는지 슬며시 말을 꺼냈다. "산책하는 요량치고 시장에 가 볼까?" 재래시장까지 걸어서 가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왕복 1시간이면 산책 코스로도 적당하다. 햇볕도 따뜻하고 공기마저도 달랐다. 겨울의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난전에는 할머니들이 엉덩이 의자에 앉아 봄을 팔고 있었다. 상추와 고추, 두릅을 지나자 내 눈길을 붙잡은 것은 막 올라온 가죽나물이었다. "할머니, 가죽 얼마예요?" "한 소쿠리에 5천 원이에요." 두 소쿠리를 사서 손에 봄을 담았다. 그 순간, 단순히 나물을 사는 게 아니라 봄을 사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해 봄이었다. 문경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 집 마당에는 가죽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돌아올 무렵 가죽을 한가득 따 왔다. 제법 많은 양이었다. 친구가 고기를 구울 때 가죽을 넣었는데 그 맛이 인상적이었다. 집으로 와서 남편에게도 가죽을 넣고 고기를 구워줬다. 도시에서 자란 남편은 처음 먹어보지만, 너무 맛있다며 탄성을 자아낸 기억이 났다. 시장에서 손에 담아온 봄을 어떻게 요리를 할까 생각하다가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준 가죽 부각이 떠올랐다. 내가 자라던 곳은 시골이었다. 두메는 아니지만, 집마다 감나무와 가죽나무가 한 그루씩은 있었다. 우리 집에는 그 흔한 나무 한 그루도 없었다. 그때는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고 품앗이를 하던 시절이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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