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진표가 거의 완성되었다. 후보들은 승리를 위해 돌진하는 한편 이제부터는 당선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첫 100일 계획 같은 것들이다. 예전과 달리 유권자이자 행정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기만 하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묻는다. 당선 소감을 묻는 기자회견, 취임까지의 25일간, 그리고 첫 출근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이는 득표 전략과도 직결된다. 유권자는 안다. 저 사람이 알고 말하는지, 모르고 말하는지, 후보가 말하는 정책과 공약의 농도, 진실성을 잘 안다. 주권자의 검증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와 무게가 다르다. 지방 행정 12년 차 중앙행정 2년 차에 접어드는 이재명 대통령은 '시도 행정 통합'을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다. 지방정부의 체급이 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광주·전남 행정 통합 법안이 통과되며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를 선출했다. 대구 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충청권도 통합의 지각변동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다. 지방정부가 더 큰 몸집과 권한으로 중앙정부와 대등한 협상을 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정치 여건도 상당히 달라진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대권이라는 메이저리그를 향한 '트리플 A' 무대는 광역지방정부 수장들로 짜여질 것이다. 이 숫자만도 10여 명이 넘는다. 여의도 100% 정치구조에서 여의도+광역정부 청사가 6대 4 정도로 역할을 나누는 구조가 예상된다. 균형발전의 첫걸음이다. 힘도 돈도 시선도 지방으로 상당히 이동한다. 이런 조건에서 6월 3일 선출되는 단체장들은 당선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변화된 지방 행정 환경 아래서 막대한 예산과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 광역단체장은 연평균 약 15조 원의 예산과 7300여 명의 공무원을, 기초단체장은 1조 원의 예산과 1100여 명의 공무원을 지휘하는 막중한 자리다. 부족한 준비와 과거의 잘못을 질타할 시간조차 없다. '행정 경험 부족'이나 '관료의 저항', '정치의 극단화' 같은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공수표'와 '선거 빚'을 경계하라 약속과 빚을 최소화하라. 이익단체의 민원을 여과 없이 수용하고 공수표를 남발하면, 그 가벼운 약속들은 지자체의 재정을 파탄 내고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유권자가 당선자를 뽑았다고 해서, 당선자의 모든 민원 공약에 동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당선자가 한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청구서의 결제를 요구해 올 때, 대다수 시민을 위한 보편적 공익으로 버텨내야 한다. 무능은 시민의 삶을 파괴하는 과실이지만, 불가피한 공약 수정은 용인될 수 있는 결단이다.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해두어야 한다. 사람에게 지는 빚도 경계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달라지길 바라는 사람도 있고, 개인의 처지가 달라지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순수한 자원봉사자로만 채워진 캠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브로커도 있다. 당선에 이바지했다는 명분으로 집권 4년 내내 산하기관 인사권과 이권 사업에 끝없는 청구서를 들이미는 브로커들이 대표적이다. 선거 때마다 떴다방을 운영하는 이들은 여러 후보 캠프와 관계를 맺고, 선거가 끝나면 폭넓게 당선자들을 활용한다. 당선자가 이들에게 빚을 지거나 약점을 잡히는 순간,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초라한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만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과도한 빚을 지지 않으려는 후보자의 결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당선 이후의 체계적인 행정과 개혁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취임식 다음 날 아침, 당선자는 복잡한 행정 용어와 수십, 수백억 단위의 숫자가 적힌 결재판 앞에서 스스로의 무지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지자체 특성상 극소수의 참모만 대동한 채 입성하게 되는 현실에서, 어제까지 유세장에서 환호받던 후보는 다음날 예산의 미로 속에 갇힌 '초보 행정가'로 전락한다. 결국 수십 년간 관료제의 숲을 굳건히 지켜온 직업 공무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관료들은 영리하고 노련하다. 새로운 단체장의 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는다. 대신 '빽빽한 의전 일정'과 압도적인 '정보 비대칭'이라는 세련된 무기를 꺼내 든다. 초보 행정가의 하루는 수많은 행사의 의례적인 축사와 본질적인 논의가 실종된 무의미한 대면 회의들로 촘촘하게 짜인다. 단체장은 온종일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시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핵심 정책을 고민할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진다. 이해찬 전 총리도 저서 <문제는 리더다>에서 지적했듯, 관료 조직이 리더의 시간을 물리적으로 장악함으로써 그들의 정책적 판단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관료들은 화려하고 매끄러운 발표 자료 속에 치명적인 리스크를 교묘히 숨겨두거나, '규정상 어렵습니다', '전례가 없습니다'라는 철벽같은 방어 기제로 개혁 과제를 끝없이 미룬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치밀한 행정 지식이 부족한 단체장일수록 조직의 관성에 순식간에 포획되어, 관료가 안전하게 그어놓은 결론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주권자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장보다 실무를 수행하는 관료가 정보를 독점해 권력 통제권이 역전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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