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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된 지 9년, 나를 멈춰 세운 '모자무싸' 대사 | Collector
시각장애인이 된 지 9년, 나를 멈춰 세운 '모자무싸' 대사
오마이뉴스

시각장애인이 된 지 9년, 나를 멈춰 세운 '모자무싸' 대사

봄이었다. 얄밉게도 제 시간을 알고 등장한 봄은 온 동네를 쑤시며 나무마다 새하얀 소란함을 매다느라 분주했다. 끝내 여기저기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고 야단법석이었다. 2017년 봄, 나는 휴직 중이었다. 녹내장 수술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망막이 떨어져 재활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 속에서 언젠가 한 번 쯤은 쉼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준비도 없이 찾아온 공백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뉴스에서는 봄날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밝았고 대자연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경쾌했다. 나에게만 초대장을 건네지 않은 봄의 질주가 그렇게 무심할 수 없었다. "확 다 떨어져 버려라." 남편은 주방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두를 갈던 소리가 멈췄다. 주방에 있던 남편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내 쪽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나만 억울하잖아. 벚꽃이고 뭐고 다 떨어져 버리면 좋겠어." 만약 사람의 마음에도 질감과 형태가 있다면 나는 가장 푹신하고 둥근 모양이 아닐까 생각하며 살았다. 여유 있는 미소와 좋은 사람이라는 타인들의 평가는 다 그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여겼다. 다만 2017년 사고로 빛을 잃은 후에는 좋은 성격, 둥글둥글한 언어, 너그러운 마음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있었는지 애초에 내게 존재했는지 의문이 들곤 했다.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현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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