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설날 아침, 로봇이 세배를 했다 2026년 봄, 중국 어느 쇼핑몰 앞마당. 두 발로 서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가 방문객 앞에 서 있다. 발목 관절이 정교하게 꺾이며 사람처럼 걷고, 팔을 흔들며 입구로 안내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로봇을 하루 빌리려면 650만 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20만 원이다. 가격이 95% 떨어졌다. 보통 이런 뉴스가 나오면 두 가지 반응이 갈린다. "로봇 기술이 그만큼 싸졌구나, 대중화됐구나"라는 반응과, "그럼 이 사업은 망한 거 아닌가?"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두 반응 모두 반만 맞다. 진짜 이야기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15만 개 업체가 동시에 뛰어들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중국에서 로봇 대여 관련 업체가 3만 8200곳 새로 생겼다. 전년 대비 55.7% 증가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수치이다. 지금 이 순간 중국 전역에서 로봇을 빌려주는 사업자만 15만 3000곳이 넘는다. 비교해보면 감이 온다. 우리나라 전국 편의점이 약 5만 5000곳이다. 그 세 배가 넘는 업체들이 단 한 가지 사업, 바로 '로봇 대여'에 뛰어든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 가능했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2025년 초 하루 3만 위안(650만 원)을 호가하던 휴머노이드 대여료는 1년 만에 3000위안(65만 원)으로 내려앉았고, 저가 기본형은 1000위안(21만 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로봇견은 하루 78위안, 우리 돈 약 1만 7000원짜리도 등장했다. 선전의 로봇 대여 집적지였던 화창베이, 세계 최대의 전자 부품 상가로 유명한 그곳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가맹 점포의 90% 이상이 문을 닫았다. 한때 번성하던 거리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텅 비었다. 설날에만 팔리는 로봇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점포가 90%나 폐업하는 와중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춘절(설) 기간, 중국 로봇 대여 플랫폼 징톈주의 주문량은 전월 대비 70% 급증했고, 누적 주문은 5000건을 넘겼다. 징둥닷컴의 로봇 대여 매출은 설 연휴 동안 전월 대비 130% 뛰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인다. 수요가 설날, 개업식, 기업 행사, 쇼핑몰 이벤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3월, 4월, 여름철 비수기에는 그 비싼 로봇이 창고에서 잠을 잔다.이것은 마치 '핼러윈 의상 대여점'과 비슷한 구조이다. 10월에는 줄을 서서 빌려가지만, 나머지 11개월은 옷걸이만 가득하다. 고정 자산인 로봇 구입비, 유지비, 인건비는 365일 나가는데, 수익은 특정 시기에 몰린다.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사업이다. "대여료는 미끼다"라는 고백 항저우의 한 로봇 대여 업체 관계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루 대여료는 주문을 끌어오기 위한 미끼에 가깝습니다. 실제 수익은 부가 서비스에서 나옵니다." 로봇 한 대를 보내려면 엔지니어 한 명이 함께 가야 한다. 원격 조작, 현장 운용,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을 위해서다. 그러니 인건비, 물류비, 정비비를 합치면 저가 대여료로는 도저히 남는 게 없다. 결국 살아남는 사업 모델은 '로봇 대여'가 아니라 '로봇을 포함한 서비스 패키지'이다. 오퍼레이터 교육, 행사 기획, 유지보수 계약, 커스텀 퍼포먼스 설계까지 묶어서 파는 것이다. 로봇은 그 패키지를 팔기 위한 '눈에 보이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과거 드론 항공촬영 시장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드론 가격이 폭락하자 드론 장사는 망했고, '드론 + 촬영감독 + 편집 + 납품'을 패키지로 파는 회사들이 살아남았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드웨어는 상품화되고, 서비스와 운영 역량이 진짜 경쟁력이 된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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