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제주자연의벗 “3~6월 번식기 모래밭에 2~3알 낳는 흰물떼새 둥지를 지켜주세요 ” 제주 해안사구에 봄이 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명의 시간이 시작된다. 모래 위에 얕게 파인 자리, 그 안에 놓인 세 개의 알. 흰물떼새의 둥지다. 화산과 바람이 빚어낸 제주의 해안사구는 강한 바람과 염분, 파도에 그대로 노출된 공간이다. 대부분의 조류가 비교적 안전한 내륙을 번식지로 택하는 것과 달리, 흰물떼새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모래 해안을 산란지로 삼는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 유일한 종으로 꼽힌다. 비영리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은 최근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해안사구 보호와 흰물떼새 둥지 보전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흰물떼새의 번식기는 3월부터 6월(길게는 7월)까지다. 둥지라 부르기도 어려운 얕은 모래 웅덩이에 2~3개의 알을 낳는 것이 전부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흰물떼새의 알은 모래색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보호색을 띤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진화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의 발길에는 더 취약하다. 실제로 관광객이 급증한 제주 해변에서는 알이 밟혀 훼손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서식 환경 역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제주 해안사구는 전국에서 훼손율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관광 개발과 이용 증가로 원형이 크게 변형됐다. 여기에 해양쓰레기까지 더해지며 서식 환경은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개체는 쓰레기 사이에 알을 낳는 이른바 ‘위장 번식’까지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새들처럼 둥지 재료를 모으는 대신 알 색깔과 비슷한 조개껍데기 조각들을 조금 모아 놓거나, 아예 모래 위에 바로 산란한다. 알과 어미의 깃털색이 모래와 비슷하기 때문에,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발각되는 경우가 드물다. # 동부 해안 해수면 급속 상승 …흰물떼새 내륙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서식공간 상실 흰물떼새는 해안사구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 종의 감소를 단순한 개체 수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해안사구는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곳이다. 길이 약 500m 규모의 전사구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염생식물 15종을 포함해 100여 종 이상의 식물과 다양한 조류·곤충이 서식한다. 이곳은 흰물떼새의 주요 산란지로 확인됐고, 노랑부리백로와 물수리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종도 관찰된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이라는 구조적 위협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성산을 포함한 제주 동부 해안은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빠른 지역으로 지목된다. 제주자연의벗은 “바닷물이 전사구를 잠식하면 흰물떼새는 산란지를 내륙 방향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도로와 주차장 등 개발로 사구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이동할 공간조차 부족하다. 결국 번식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적 대응도 시작됐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2025년 제주도의회와 협력해 ‘해안사구 보전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됐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호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해안사구보전 관리 조례 제정에도 보호장치 미작동… “흰물떼새 보호는 해안사구 지키는 일” 이에 따라 제주자연의벗은 전 도 해안사구 산란지 조사와 시민 모니터링을 통한 분포 지도 제작, 안내판 및 임시 울타리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탐방객이 둥지를 피해 이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조류 전문가인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은 “흰물떼새는 부화한 새끼들의 깃털색도 모래 빛깔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모래밭은 흰물떼새의 가장 좋은 보금자리”라며 “제주의 대표적인 사구는 성산읍 광치기 사구를 비롯해 구좌읍 하도리와 종달리 그리고 김녕리, 대정읍 하모리, 안덕면 사계리, 표선면 표선리 등 모래밭이 발달한 곳에서 번식하며, 모래밭에 오목하게 파서 그 자리에 2~3개의 알을 낳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사람의 발길이 무섭다. 도내의 해안사구는 올레길이 개설되어 있는 구간이 많아 사람들의 방문이 빈번한 곳이라 흰물떼새에겐 가슴 조인다”며 “흰물떼새 보호는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해안사구 전체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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