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일요일의 건물이다 복도는 길고, 그 끝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주기적으로 빛을 내며 어둠 속에 서 있다 어둠 속에 버려진 모습으로 트리는 빛을 내다가 조용해진다 나는 저녁이 밤으로 건너가는 시간 동안 복도에 서 있어본 적이 있다 고개를 빼고 길게, 기울어져본 적이 있다 (중략) 나는 작은 책상에 앉아 바나나를 먹고 미온수를 마신다 아무도 내가 여기 사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나는 말을 잊고, 내가 식물에 물을 주고 조용히 살아가니까 나는 아무렇게나 사용된다 이 건물은 방이 아주 많은 건물이다 일층부터 십층까지 창문이 아주 많은 건물이다 나는 내일 여기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박상수(1974∼)안에 있는데도 바깥에 머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둠 속에 버려진 모습으로” 복도 끝에 방치된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세상에서 서성이는 자에게 복도는 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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