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or
누가 이 많은 전기를 옮기려 하는가 | Collector
누가 이 많은 전기를 옮기려 하는가
오마이뉴스

누가 이 많은 전기를 옮기려 하는가

지난해 10월, 국토를 가로지르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확정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는 제1차 회의에서 34만5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로 70개 노선과 변전소 29곳의 신설을 결정했다. 전남과 전북, 충남, 충북 등은 지역에서 소비하지도 않을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경유지로 내몰리면서, 또 다시 송전선로 갈등을 겪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해당 지역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와 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와 신규 양수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국가기간 전력망과 연계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명목은 에너지 전환이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산업단지, 특히 용인 반도체 공장에 공급할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설명회 현장에서는 "왜 우리가 쓰지도 않을 전기를 위해 삶의 터전을 내줘야 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이 분리된 구조 속에서 송전선로는 또다시 농촌과 지역을 관통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번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안고 있는 모순 역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전자파, 위험하지 않다? "사전예방적 관점 전환 필요" 충북 영동군에는 두 개의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계획됐다. 장수에서 영동에 이르는 58.8km 구간에 34만5천 볼트 송전선과 변전소, 개폐소 등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신장수-무주영동 개폐소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진행되는 곳으로 전북 장수군·진안군·무주군, 충남 금산군, 경북 김천시, 경남 함양군·거창군, 충북 영동군 등 8개 시군이 포함됐다. 영동 개폐소에서 시작해 청주 서원구 개폐소를 잇는 70km 구간에도 34만5천 볼트 송전선과 변전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무주영동-신서원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충북 청주시·옥천군·보은군·영동군, 충남 금산군, 대전 대덕구·동구·유성구·서구·중구 등 10개 시군구를 지난다. 각 구간에는 100기가 넘는 송전탑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주민설명회 자리에서는 송전선,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실질적으로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그 자리에 모인 주민들을 얼마나 설득했을지는 미지수다. 한전은 전남 여수 봉두마을에서 2개월간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전자파와 암 발생 간 관련성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833밀리가우스 이하)은 일본(2000), 독일·영국·스위스(1000) 보다 전자계 노출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무엇보다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2B등급으로 분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연구 자료는 이를 반박한다. 1992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내놓은 고압송전선 주변 지역 소아암 발병률 관련 논문이 대표적이다. 연구소는 1960~1985년 25년간 고압송전이 지나는 마을 주민을 조사했다. 22만~40만 볼트 고압송전으로부터 300m 이내 거주하는 주민 16만5천여 명이 조사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자기장노출수치의 최대치가 2밀리가우스일 때 백혈병 발병률은 2.7배로 증가했다. 상한치가 3밀리가우스일 경우에는 3.8배로 증가했다. 같은 연구소에서 1997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거지에서 자기장노출이 2밀리가우스일 경우 성인 백혈병 상대적 위험도는 1.3배로 증가하고, 급성 및 만성 척수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스웨덴 연구는 한전이 작성한 송전선 전자계 노출량 조사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유의미하다. 조사연구에 따르면 75만5천 볼트 송전선 80m 지점에서 전자파는 평균 3.6밀리가우스가 측정됐고, 35만5천 볼트 송전선 40미터 지점에서는 평균 4밀리가우스가 측정됐다. 이 자료는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됐는데, 이 자료를 두고 장 의원은 전문 연구기관에서 백혈병 발병률 위험치를 넘어서는 전자계 수치가 우리나라 초고압 송전선 주변에서 배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장하나 국회의원은 당시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출한 '국제암연구소 장기노출에 의한 건강영향 기준'을 분석해 세계보건기구 역학조사 결과를 달리 해석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송전탑 전자파 발암 위험 등급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A등급으로 분류했는데 동물실험 결과 발암을 고려하기에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와 최종 2B 등급이 됐다는 설명이다. 영동군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는 마을에서는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34만5천 볼트 송전선이 마을을 관통하는 영동군 양강면 괴목리 이장은 송전탑 인근 거주민 중 23명이 심혈관질환, 뇌질환, 암 등을 앓고 있고, 이 중 12명이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괴목리는 민가 위를 송전선이 지나는가 하면 면사무소 등 주민 다수가 모여 활동하는 공간과 송전선로 거리가 300m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충남발전연구소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자파 리스크는 '사전예방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송전선로의 사회경제적 피해와 충남의 대응방안' 리포트에서 '전자파 리스크가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는 것은 그 피해가 현실화된 이후에나 가능하며, 인체나 환경에 대한 치명적인 위해가 이미 발생된 이후에는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경으로 네덜란드(4밀리가우스), 스위스(10밀리가우스), 이탈리아(30밀리가우스) 등 국가에서는 전자파 노출 허용 기준을 한국(833밀리가우스) 보다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결정권 없는데 진행되는 주민의견 수렴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