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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일기장에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적은 것 | Collector
15년 전 일기장에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적은 것
오마이뉴스

15년 전 일기장에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적은 것

식물도감에서 그림으로만 익혔던 꽃을 예기치 않게 만났다. 이름 때문에라도 봄이면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흔하지도 귀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존재라서 인지,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아서 인지 마주치지 못했다. 기회는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출장 차 들른 국립과천과학관 주변 잔디밭을 걷다가 작고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가느다란 꽃대 끝에 꽃들이 우산살처럼 퍼져 피어 있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후로 드문드문 더 만났으나 기억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도시로 이사한 뒤 할미꽃을 보기 위해 찾아간 묘지 근처에서 다시 마주쳤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오갔는데도 눈에 띄지 않았으나, 해가 갈수록 조금씩 많아졌다. 한두 송이 피었을 때는 잔디에 섞여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미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함께 모이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생겼다. 해마다 봄바람을 기다려 그곳을 찾게 되었다. 올봄에는 더욱 경이로웠다. 섬처럼 군데군데 떨어져 있던 무리들이 서로 손을 맞잡듯 하나로 연결되었다. 한낮의 햇빛에 반사된 흰 꽃물결이 바다처럼 일렁거리며 눈부셨다. 저쪽 조금 떨어진 무리까지 합쳐질 내년 풍경은 어떨까. 일 년 후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른 봄에 피는 풀꽃들은 몸집이 작아 혼자일 때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바로 발밑에 있는데도 무심히 지나치면 마른 덤불 사이를 비집고 나온 초록 잎사귀일 뿐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습을 쉽게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함께 모여 있을 때다. 장미처럼 화려한 꽃잎을 뽐내거나 목련처럼 커다란 꽃잎으로 눈길을 사로잡거나 라일락처럼 짙은 향기로 과시하지 않아도, 함께 하면서 풍경의 주인이 된다. 군락을 이루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무덤가를 하얗게 바꾸어 놓았다. 식물도감 여백에 쌓인 소박한 관찰 기록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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