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번 사회적 대화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논의도 안 나오겠죠."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답하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웠다. 중동 사태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에 비명을 지르던 중소상인들을 위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등 거대 기업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 그 였다. 실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9일 정유사-주유소 협약을 시작으로 14일 플라스틱, 21일 아스콘과 페인트 업계까지 잇달아 '상생 협약'을 맺으며 릴레이 행보를 이어왔다. 김 의원은 그 선봉장에 서 있었다. 사실 이번 사회적 대화가 얼핏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의 화법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대화' 보다는 강도 높은 규제에 무게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횡재세'를 맨 처음 화두로 던지며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던 이도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지난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야당 대표였던 그는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자는 횡재세 카드를 전면에 내걸었다. '시장 침해' 논란에 부딪치며 도입되지 못했지만 이젠 정권이 바뀌었다. 횡재세 역시 언제든 실현가능한 카드가 됐다는 이야기다. 2026년, 다시 중동 전쟁이라는 데칼코마니 위기를 맞이했지만 민주당이 택한 건 사회적 대화였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에게 질문을 건넸다. '횡재세' 주장했던 민주당, 이번엔 '사회적 대화' 꺼내든 이유 김 의원은 "정유사가 위기 상황에 '떼돈'을 버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법인세를 추가로 거둬야 한다는 논의가 생겨난다"면서 "애초에 '횡재세를 부과하자'라는 사회적 이슈가 생기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이윤을 내려놓고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면 횡재세 논의도 불필요하다는 접근이다. 그는 "누구는 위기를 이용해서 떼돈을 벌고 누구는 위기를 이용해 비명을 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위기 상황을 이용해 떼돈을 버는 일들은 하지 않겠다, 오히려 위기 속에 고통을 겪을 중소기업, 소비자들과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게 사회적 대화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모토가 '상생으로 위기 극복'이었는데 그 철학을 이번에 잘 실현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릴레이 협약 중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단연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상생 협약이다. 김 의원은 꽤 오랫동안 '기름값이 채 오르기도 전에 주유소 간판 숫자가 가파르게 뛰는 구조'에 의문을 가져왔다고 했다. 보통 위기가 닥치면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지만, 비싼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국내 주유소에 공급하기까지는 약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현재 주유소에서 팔리는 기름은 이미 2~3주 전 사온 '재고'이기 때문에 이전 가격으로 팔아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오르는 기름값을 보면서 시민들은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오해하곤 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정유업계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던 '깜깜이 유통 구조'에 있었다. 김 의원이 주목했던 구조적 모순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후정산제'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을 때 단가를 모른다. 일단 물건부터 받고 한 달 뒤에나 가격을 통보받는 구조다. 유가 급등기, 얼마에 정산받을지 모르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단 판매가를 높게 잡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이런 구조가 소비자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기제로 작동해 왔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특정 정유사 기름만 100% 받아야 하는 '전속거래제'다. 가령 에쓰오일 간판을 달고 있다면 설령 현대오일뱅크가 기름을 50원 더 싸게 팔아도 에쓰오일에서만 기름을 받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택지가 없는 만큼 주유소는 정유사가 가격을 올려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을'의 처지에 놓인다. 김 의원은 "정유사들은 주유소들에게는 '기름 품질'을 이야기하며 전속거래제를 고집해왔지만 정작 정유사들은 자기들끼리 기름을 교환해왔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는 전속거래제가 완화된다. 자사 물량 매입 의무가 60%로 줄어든다. 김 의원은 "시장이 경쟁 체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후정산제도 폐지됐다. 대신 주유소가 오늘 사 오는 기름값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고 주문할 수 있도록 '사전 공고 가격'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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