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역설적이게도, 지도를 만들면 만들수록 저는 당장 죽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제게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제까지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거고, 잘 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따스한 봄 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25일, 서울 중구 '림보 바(Bar)'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라면 음악과 술잔 부딪치는 소리로 채워졌을 이 공간에 갓 성인이 된 20대부터 초고령 노인을 돌보는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앉았다. 이들이 주말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이유는, 평소 입 밖으로 꺼내기 터부시되던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수다를 떨기 위해서다. 이날 열린 '제2회 죽음이야기 주간'은 죽음문화기획 '디-톡스(Death-talks)'가 주최했다. 사회를 맡은 이초영 '디-톡스' 리더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연옥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림보'에 대해 "현실과 환상 사이에 떠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이곳이 죽음 이야기를 나누기엔 제격"이라고 말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석한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억지로 끌려왔다"는 농담 섞인 답변부터, "내 인생의 가장 큰 숙제가 죽음이라서", "어둡다고 생각하는 죽음을 웃으며 준비한다는 상황이 궁금해서", "일상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는데 내게 필요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등 각자 나름의 사연과 궁금증을 안은 모습이었다. "죽음의 노선도는 '관계와 사회'에 몰려 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양재혁 미술작가가 '나도 죽을 지도 함께 그리기'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지하철 노선도를 메타포로 삼아, '내가 내일 죽는다면 다른 이의 죽음에 비해 최적인 이유 5가지'를 정거장 이름처럼 적어 내려갔다. 참가자들은 "임플란트가 없어서 장기를 온전히 기증할 수 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짐이 될 빚이 없어서 효율적이다", "자식이 없어서 깔끔하다" 등 다양한 답을 내놨다. 한 참가자는 "죽은 채로 발견됐을 때 구멍 난 팬티를 입고 있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 새 속옷을 챙겨 입는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이후 매핑 작업은 관계적 측면, 사회적 측면, 개인적 측면으로 나눠서 색상을 구분했고, 많은 이의 답변은 관계 및 사회적 측면으로 쏠렸다. 당장 '나의 죽음'을 상상했음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은 '남겨질 가족에 대한 걱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절차'로 가득 차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