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난 3월 9일 모은영 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한국영상자료원(아래 영자원) 신임 원장으로 취임했다. 영화계에선 환영의 분위기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소식을 공유하던 영화인들 상당수는 '금의환향'이라며 모 원장에게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과거 객원연구원으로 협력하다 2008년 영자원에 입사한 그는 프로그램팀에서 약 9년간 일하며 기관의 황금기를 연 주축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기 때문. 특히나 그가 주도한 고전 영화 <청춘의 십자로>(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영화-기자 주) 변사 공연을 비롯한 여러 복합 문화 공연은 기존 영자원의 역할을 확대, 나아가 영자원의 대표적인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1월경 영자원을 나온 뒤 그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일했다. 공모를 통해 '친정' 영자원에, 그것도 원장으로 온 그의 복안은 무엇일까. 취임 후 약 한 달 보름이 지난 시점인 4월 20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과거 영화에 매달린다는 오해 "한창 업무 적응 중"이라던 모 원장은 "공교롭게 10년 전에 입사했을 때도, 다시 돌아온 지금도 영자원이 변화하는 순간이었는데 그게 내 운명인가 보다"라고 운을 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간 예술의전당 부속 건물에 있다가 2007년 5월 16일, 지금의 상암동 신사옥으로 독립 이전했다. 모 원장 퇴사 직전인 2016년 5월 19일엔 국내외 영상 관련 자료의 보존, 복원 역할을 강화한 파주보존센터가 설립됐다. "그새 조직이 커졌더라. 60명 정도였던 직원이 100명을 넘겼으니. 영화를 발굴하고 보존, 복원하는 일들은 더 깊게 하고 있는데 영화산업은 물론이고 외적 환경 또한 크게 변했다.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땐 아카이브 기관으로 성장하던 초창기였고,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그 안정성을 좀 깨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 변화가 어떤 것인지 물었다. "겉으로 보이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내적 동기부여가 중요한 것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모 원장 취임 직후 영자원은 '트립 시네마'(인간의 감각과 지각을 자극하는 20편의 영화 상영전) 기획전을 진행했고, 5월 2일부터 홍상수 감독 데뷔 30주년 관련 전작 상영 행사를 열 예정이다. 모 원장은 "사실 지금의 프로그램들은 이미 작년에 기획된 거라 제가 특별히 뭘 더 준비한 건 아니었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껏 해왔던 일들도 영자원이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시점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조직이 커지고 업무가 깊어지면서 각 인원당 맡는 일이 많아졌다. 그게 계속되면 지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걸 줄이고 이젠 다같이 공유할 수 있는 내적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란 뜻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몇 번 했던 여러 작품의 '10주년 상영전' 같은 행사 말이다. 과거 영화만 찾고, 상영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동시대와 호흡하려 꽤 노력했다. 이런 동시대성을 더욱 가져가려 한다. <살인의 추억>(2003) 10주년 상영 때 봉준호 감독님은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이 거의 다 오셨다. 영자원 시네마테크 1관이 꽉 차서 의자를 더 깔 정도로 관객들이 많았는데, 봉 감독님이 즐거워하며 직접 의자를 나르더라. 입구에서 연출부들과 표도 나눠주셨고(웃음).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탄생 100주년 상영 땐 <카게무샤> 배우인 나카다이 타츠야 선생(2025년 11월 별세)이 영화 속 딱 그 자세로 관람하고 계시더라. 이게 바로 살아 있는 시네마테크지 싶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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