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하아나, 두우우울, 세에에엣, 네에에엣….' 피아노 앞에 앉아 콩나물 대가리를 째려보며 최대한 천천히 박자를 세어본다. 아무리 천천히 세어도 왼손과 오른손이 안 맞다. 눈은 악보를 보고, 머리와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고, 양손은 건반 위에 두고 있지만…. 도무지 지금 내가 치고 있는 게 무슨 곡인지, 음악인지, 소음인지 알 수가 없다. 58세에 시작한 피아노, 이제 4개월째다. '배우는 데 나이가 어디 있어. 시작이 반이야' 하며 패기 있게 시작했지만 슬슬 현실의 벽과 마주하고 있다(이전기사: 50년 만에 다시 배운 '콩나물', 학원 가방도 생겼답니다 ). 퇴직하기 전 나는 2년 정도 주기로 부서를 이동했다. 한 부서에서 업무를 익혀 손에 익을라 치면 다시 발령으로 다른 부서로 가 업무를 익히고 적응했다. 35년 근무하는 동안 순환보직(한 직원이 한 업무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부서나 다른 직무로 자리를 옮겨가며 근무하는 제도)으로 18개의 부서를 옮겨 다녔다. 18번이나 부서를 돌며 매번 새로운 규정과 메뉴얼을 머릿속에 집어 넣고, 모르는 것은 전임자에게 물어보면서, 익히고, 결국 내것으로 만들어 나름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은 베테랑이였다. 4개월 정도면 새로운 부서에서 웬만한 업무 흐름은 파악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하지만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동안 겪은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의 경험이 88개의 건반 앞에 앉아 있는 내게는 무용지물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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