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하승수 변호사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자리 잡은 '공익법률센터 농본'을 책임지고 있다. 농본은 법과 제도가 강자의 무기가 아닌, 약자의 보호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다. 단체 이름은 농촌, 농민, 농사가 사회의 뿌리가 된다는 농본주의에서 따왔다. 농촌과 농민을 위한 공익법률단체는 농본이 최초다. 농본은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로부터 마을공동체를 지키려는 주민 운동을 지원한다. 법과 행정 절차를 몰라 피해를 보는 주민이 없도록 자문한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와 간담회,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한 정책 연구 등에서 농본의 굵직한 활동을 엿볼 수 있다. 전 국토를 가로지를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 3월말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밀양 주민들의 추천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협의체'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삶터의 파괴를 넘어 공동체 파괴까지 이어졌던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보다 더 나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두고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싣는다. "초고압 송전선로 의존한 전력 계통, 위협 상당하다" - 밀양 송전탑 문제와 현재 전라권, 충청권, 강원권 등에서 진행되는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차이점이 있나. "초고압 송전선에 의존해 장거리를 보내는 전력 계통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노선(시작점, 종점)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들어설 지역에 보상금을 지원해 회유하는 방식 그대로다. 차이점이 있다면 밀양 때보다 송전선로 건설 계획 규모가 확연히 커졌다는 점이다. 당시 신고리-북경남 한 개 노선을 두고 투쟁했다면, 지금은 전국 70개 노선이 발표됐고 동시다발적으로 34만5천 볼트 초고압 송전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대책위원회도 전국적으로 생기고 있다. 대한민국 전력 계통 문제가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 밀양 사태를 겪고도 전력 계통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했다. "초고압 송전탑을 우리만큼 많이 짓는 나라가 있는지 의문이다. 초고압 송전은 안정도 문제를 안고 있다. (대형 발전소를 더 짓거나, 대형 발전소가 갑자기 정지해) 전압에 급격한 영향이 생길 경우 전력 계통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정 송전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기후 위기나 자연재해, 테러 등 요인으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초고압 송전선로에 의존한 전력 계통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협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조차도 전력 수요를 집중시켰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중앙 집중식 발전을 가져가면) 비수도권이 떠안아야 할 피해가 상당하다. 왜 이런 위협을 그대로 감수하는지 모르겠다." -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동일한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지역별로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영동군에서 가장 먼저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대대적인 반대 투쟁에 나선 반면, 옥천은 이제 주민설명회가 진행 중이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이미 송전선로 건설이 확정된 뒤라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 의견이 반영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전기위원회'를 둬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지만 이를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전기위원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로 편제돼 있다. 독립기구가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한전과 기후부의 카르텔 속에서 소수의 몇 명이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송전선로, 변전소 건설 등에 약 72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이 카르텔의 수혜자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수반되는 공사나 용역을 수행할 사업자들이다. 발전소나 송전선 건설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독립된 규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수립하는 근거인) 전기사업법을 대폭 고쳐 이를 통해서 주민 참여가 보장되는 수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전력망확충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민간 전문가가 위원으로) 있다지만 마찬가지다." -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주민대표가 포함된 입지선정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들어설 입지를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정하는 구조다. 송전선로 건설 유무를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한 상황에서, 송전탑 입지 선정은 주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걸 두고 위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입지 선정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입지선정위원회에 이 같은 상황을 떠넘기고 한전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송전선로의 시작점과 끝점을 한전이 못 박고 그 사이를 주민이 결정하라는 것은 요식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송전탑이 우리 마을에서는 최대한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거 아니냐. 주민끼리 싸우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무엇보다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주체가 한전인 것이 말이 안 된다. 한전은 이 사업을 하는 주체다. 누구보다도 이해당사자다. 사업자가 의견을 수렴한들 제대로 될 수 없다. '국가기간 전력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정부가 나서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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