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영상 속 정수기 위에 조리사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컵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종이컵에 손을 뻗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뜨겁고 무거운 무쇠솥과 반찬통을 수십 번 들고 왕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 마실 틈도 없었던 것이다. 4월 28일, 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산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 사람의 일이 아닌> 시사회가 열렸다. 세계가 주목하는 K-급식을 매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루 517만 명의 밥을 짓는 사람들이 왜 폐암에 걸리는지, 다큐멘터리가 조용히 답하고 있었다. 엄마 밥보다 건강한 급식, 그 뒤에서 무너지는 조리사들 야채를 못 먹던 아이들이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엄마 밥보다 급식이 더 건강하다는 말이 나오는 시대다. 대한민국 학교급식은 초중고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되는 보편적 복지이자 또 다른 교육이 됐다. 교육부가 올해 3월 발간한 '데이터로 읽는 우리 교육'에 따르면, 전국 1만2047개교에서 하루 약 517만 명이 급식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용률은 99.9%에 달한다. 그 한 끼를 책임지는 조리원 한 명이 감당하는 식수 인원은 약 130명. 공공기관 식당(60명대)의 두 배가 넘는다. 고온다습한 주방에서 찌고 튀기고 삶고 볶으며 수백 명분의 밥을 실수없이 만들어야 하는 일. 요리가 끝나도 끝이 아니다. 고온의 끓는 물에 식기를 씻고 닦고 제자리에 두는 것까지 마쳐야 비로소 하루 일이 끝난다. 무엇보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한 사람의 일이 아닌' — 세 겹의 의미 다큐멘터리 제목 <한 사람의 일이 아닌>에는 최소 세 겹의 의미가 겹쳐 있다. 첫 번째 결.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폐암에 걸린 급식 노동자를 두고 사회는 오랫동안 '그 사람이 운이 나빴던 것'으로 봐왔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산재 승인을 받은 급식 노동자가 175명을 넘는다. 한 명의 비극이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니다. 두 번째 결.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일이다. 조리원 한 명이 하루 130명분의 밥을 짓는다.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한다.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이. 제목은 동시에 이 노동의 무게를 가리킨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