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이 한마디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던 인물이 있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 속 이태오, 배우 박해준이다. 불륜이 들통난 순간, 그는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그 뻔뻔함이 응축된 대사 한마디에 시청자들은 더 크게 분노했다. 이상한 것은, 분명 미워해야 할 인물인데, 어느 순간 그의 표정과 말투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점이다. 박해준의 얼굴에는 쉽게 단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는 인물들 박해준은 올해 초 개봉한 영화 <휴민트>(2026)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닳고 닳은 외교관, 반쯤은 부패했고 그래서 박건(박정민 분)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황치성은 박건을 향해 노골적인 불쾌함을 드러내고, 자신을 감시하러 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태도 역시 숨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30대 중반에 매체 연기를 시작한 박해준은 연기력 논란이 된 적은 없지만, 연기력만으로 평가받기엔 너무 잘생긴 배우다. '한예종 장동건'이라는 별명과 함께 자주 소환되는 대학 시절 사진은 지금 봐도 눈에 띈다. 2002년 발매된 윤상의 4집 앨범 수록곡 <이사> 뮤직비디오에서도 그 시절의 박해준을 볼 수 있다. 이삿짐을 싸다가 만화책을 넘기는 그의 얼굴은 '해사하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배우 박정민은 <휴민트> 촬영 당시 배우들과 모인 자리에서, 박해준이 장난처럼 "형 뮤직비디오 봤냐"며 <이사> 뮤직비디오를 틀고 몇 번이고 다시 재생했던 순간을 여러 번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이 에피소드가 언급되면 박해준은 손사레를 치곤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주 강하게 부정하지는 않는다. 없던 일로 지워 버리려 하기보다는, 그저 조금 쑥스러워하는 정도에 가깝다. 본인의 꽃미남 시절을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태도. 그 거리감이 묘하게 사람을 웃게 만든다. 박해준의 첫 영화는 <화차>(2012)다. 주인공 김민희를 쫓아다니는 사채업자 역할을 했던 그는, 이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다. 때로는 제자를 때리는 코치로, 때로는 조직의 중간 보스로, 천만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나라를 뒤엎는 쿠데타를 꿈꾸는 군인으로. 그러나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2025) 속 양관식이다. 예전이라면 팔불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이제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관식. '사빠죄아'('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의 줄임말) 아저씨가 관식이라는 역할을 맡아도 되는지 의문을 품던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런 우려는 사그라들고 모두가 관식이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가족을 향한 그의 사랑은 박해준의 얼굴을 통해 드러났다. 딸 금명이에게 "수 틀리면 빠꾸"를 외치며 묵묵히 뒤에 서 있던 관식의 모습은 많은 딸들에게 대리 힐링의 시간을 안겼고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기 전, 남겨질 아내 애순이가 힘들까 봐 찬장의 그릇을 아래로 옮겨 놓던 장면은 드라마를 보는 아내들을 울컥하게 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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