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난 27일 라디오에서 희한한 소식을 들었다. 독일 철도회사에서 오는 5월 1일부터 베를린의 동물원역과 동부역 내에서의 음주를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다. 쾰른, 함부르크 등 다른 도시에서는 이미 금지했고 그 결과가 좋아서 이제 베를린으로 확장한다고 했다. 아무리 공기업이라 한들 철도회사가 그런 걸 금지할 수 있나? 알아보니 역 부지는 모두 철도회사 소유이기 때문에 가능하단다. 공공질서 확립과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놓고 술을 마시는 행위뿐 아니라 뚜껑을 연 채 술병을 소지하는 것도 금지된다. 위반 시에는 퇴거 조치 및 출입 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여러 차례 무시할 경우 형사 고발도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대중교통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나는 기차를 자주 타는 편이다. 독일 기차역이 다른 나라 기차역에 비해 대체로 지저분한 건 사실이지만 플랫폼에서 술 마시는 사람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주로 기차가 정시에 도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어 못 본 걸지도 모르겠다. 독일 철도의 불성실함은 이미 국제적으로 소문이 날 대로 난 상태이고 실제로 정시율이 60% 선이다. 낡은 시설과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는데 지난번에 브뤼셀에 갈 때는 무려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 와중에 음주 금지 운운하니 "너나 잘하세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다 문득 짚이는 것이 있었다. 아하, 노숙자들을 몰아내겠다는 뜻이로구나. 베를린 동물원역과 동부역 주변은 노숙자들, 마약 의존자들,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들의 거점이다. 이 두 역은 분단 시절 각각 동서의 중앙역이었다. 그만큼 도시와 밀착된 곳이다. 통일 이후 삐까번쩍하게 새로 지은 중앙역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되었다. 그곳의 차가운 분위기로 보아서 노숙자들이 머물고 싶은 곳은 아닐 듯하다. 길맥의 원조 도시 베를린 동물원역은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중요한 장소였다. 내가 다닌 베를린 공대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동물원역에서 수없이 지하철을 갈아탔다. 그러다가 그 뉴스를 들은 뒤 오랜만에 '취재차' 일부러 동물원 역을 찾았다. 역 앞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맥주병을 든 채 비틀거리고 역 뒤의 노숙자들도 여전했다. 다만 철교 아래가 텅 비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숙자 텐트 단지였던 곳이다. 이미 청소가 시작된 듯 전에 없던 임시 파출소가 들어섰고 경찰차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안심이 되기보다는 이러다가 베를린이 다시 경찰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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