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뉴스의 문장들은 언제나 건조하게 계절을 전한다. 4월 초부터 들려온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평소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보였을 것이다. 남들 다하는 꽃놀이에 흥미없던 나였지만 차일 피일 미루다 4월 중순이 넘어서야 어디가 좋을지 찾아보다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먼저 피어나는 꽃의 시간은, 언제부턴가 나를 조용히 흔들어 놓고 설레게 만든다. 그렇게 운전대를 잡았다. 목적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선명했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빛나는 안동 봉정사. 그곳은 나에게 사찰이라기보다 하나의 '상태'에 가까웠다. '상태'라는 단어가 낯설게 전달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사람 사이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찾던 그곳을 이번에 처음으로 '꽃'을 이유로 찾았다. 공간 전체를 읽어내고 싶을 때 오늘의 선택은 Contax(콘탁스) RTS였다. 1970년대 독일의 광학적 자존심과 일본의 전자 기술이 만나 탄생한 이 기계는, 같은 세대의 다른 브랜드에 중급기(프로 혹은 하이아마추어를 위한 카메라) 정도의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콘탁스의 첫 플래그십(브랜드의 모든 기술을 보여주는 상급기)이다. 누군가는 '그돈씨'(그 돈이면 다른 모델 사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 중간의 어정쩡한 형태의 디자인 때문에 더 기억된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그 느낌은 휴대성을 방해하기보다 그립을 쥐었을 때 기분 좋은 균형감을 전달해준다. 무거운 기계를 들고 있다는 감각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작업 도구를 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렌즈는 탐론 24mm를 택했다. 24mm 렌즈의 적당한 왜곡(실제보다 과장된 투시)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오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찰의 웅장함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날의 나는 봉정사의 만세루과 대웅전 그리고 영산암까지 이어지는 사찰의 구조가 아니라, 그 공간 전체를 읽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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