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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한자어는 다르다, 더욱이 한자 교육과 한자 병기는 더더욱 다르다 | Collector
한자와 한자어는 다르다, 더욱이 한자 교육과 한자 병기는 더더욱 다르다
오마이뉴스

한자와 한자어는 다르다, 더욱이 한자 교육과 한자 병기는 더더욱 다르다

최근 <주간조선>에 "교과서에 한자 넣을까…40년 논쟁, 다시 불붙었다"(공주경 기자, 2026년 5월 3일자) 기사에 담긴 일부 인사들의 한자 교육 관련 주장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서 다시 40년 전의 낡은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오랜 논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한자와 한자어를 구별조차 못하는 것이고 둘째, 한자 교육과 한자 병기를 한 묶음으로 엮어 버리는 잘못에 있다. 한자는 문자, 한자어는 우리말 어휘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확인하자.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표의문자, 즉 글자 체계다. 한자어는 그 한자에서 비롯된 음과 뜻을 빌려 한국어 안에 정착한 어휘들이다. "학교", "건강", "민주주의", "자유", "평등" — 이 모든 말은 한자에서 왔지만, 이미 오래전에 한국어의 일부가 되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점이 있다.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만 한자어인 것이 아니다. 한글로 "학교"라고 적어도 그것은 여전히 한자어다. 한자어의 정체성은 표기가 아니라 어원과 음운, 그리고 한국어 안에서의 쓰임에 있다. 이 사실을 놓치면 모든 논의가 어그러진다. "한자어 존중 = 한자 표기"라는 첫 번째 오해 위 기사에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글만 사용하다 보니 어휘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문해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은 "한글 전용 환경에서는 문장의 의미가 제한적으로 전달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문장이 '암호화'가 된다"라고 한다. 남기탁 한국어문회 이사장은 한자어 비중이 늘었다는 것을 근거로 한자 교육 강화를 주장한다. 이 주장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로부터 곧장 "그러므로 한자로 적어야 한다" 또는 "그러므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로 건너뛴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추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한자어가 우리말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과, 그것을 한자로 적거나 한자를 별도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는 건너뛸 수 없는 논리적 간격이 있다. "학교"라는 한자어를 우리가 깊이 이해하기 위해 "學校"라는 한자를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학교"라는 말을 부모와 형제의 입에서, 등하굣길의 풍경에서, 친구들과의 추억에서, 수만 가지 삶의 맥락에서 익혔다. 그것이 한자어를 '아는' 진짜 방식이다. 한자로 적는 순간 한자어는 "외국어처럼" 보이게 된다 여기에 더 중요한 역설이 있다. 한자어를 한자로 적는 행위는 오히려 그 한자어를 우리말에서 분리시킨다. "학교에 갔다"라고 적을 때, "학교"는 자연스럽게 우리말 문장의 일부다. 그런데 "學校에 갔다" 또는 "학교(學校)에 갔다"라고 적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학교"라는 단어가 갑자기 "한국어가 아닌 무엇", 한국어 문장 속에 박혀 있는 이질적인 외국 글자 덩어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한자어가 우리말 속에 녹아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과 별개의 영역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한자 병기·혼용이 가져오는 진짜 폐해다. 한자어를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자어를 "한자로 적어야 진짜인 말"로 만들어 버린다. 이는 한자어를 떠받드는 것 같지만, 실은 한자어를 우리말에서 따돌리는 결과다. "한자 교육 = 한자 병기"라는 두 번째 오해 이제 더 깊은 문제로 들어가야 한다. 국한문 혼용을 주장하는 분들의 글을 자세히 읽어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두 가지가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라는 주장과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다뤄진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둘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은 한자 교육 자체에도 가장 큰 해를 끼친다. 여기서 영어와 라틴어의 관계를 살펴보면 사정이 분명해진다. 영어 어휘의 60% 이상이 라틴어와 그리스어 계통에서 왔다. 영어 학술 어휘의 비중으로 보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간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 라틴어를 공부하면 도움이 되는가? 물론 도움이 된다. 미국과 유럽의 인문학 교양 교육 전통에서 라틴어는 오랫동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어원적 깊이를 더해 주고, 학술 어휘의 형성 원리를 이해하게 해준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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