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5월 17일은 한센인의 날이다. 1916년 국립소록도병원이 문을 연 날에 맞춰 2004년 한국한센총연합회가 지정했다. 법정기념일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가 유공자들을 표창하고 전국 한센인의 화합을 다지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올해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10주년이자 제23회 한센인의 날이다. 1873년 노르웨이 의학자 게하르트 한센은 나환자의 세포에서 나균(癩菌)을 발견함으로써 나병이 유전병이라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었다. 피부가 문드러진다고 해서 붙은 '문둥병'이란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딴 한센병으로 바뀌었다. 일제는 1909년 12월부터 전국 주요 지역에 자혜의원(慈惠醫院)을 설치하며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19번째 자혜의원을 열었다. 소록도 자혜의원은 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병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 병원이었다. 조선총독부는 사회 불안 요소를 줄이고 일본의 앞선 의술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나환자들을 집단 격리 수용해 치료했으나 인권을 침해하고 낙인과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해방 후에도 감금, 폭행, 살인, 강제 노역, 자녀 격리, 불임수술 등이 자행돼 자해나 자살, 탈출 시도 등이 끊이지 않았다. 소록도의 비극은 이규태 조선일보 기자가 1966년 <사상계>에 기고한 르포 '소록도의 반란'에 영감을 받아 이청준 작가가 1974~1975년 <신동아>에 연재했다가 1976년 단행본으로 펴낸 소설 <당신들의 천국>으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그리스도왕시녀회 소속으로 정결·청빈·순명 종신서원 소록도는 나환자들에게 악명 높은 수용소였으나 이곳을 '한센인들의 천국'으로 만들려고 애쓴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 슈퇴거와 마거릿 피사렛이다. 각각 고지선과 백수선이란 한국식 이름이 있지만 환자와 주민에게는 큰할매와 작은할매로 불렸다. 가톨릭 재속회(在俗會)인 그리스도왕시녀회 소속 평신도로 정결·청빈·순명을 종신서원하고 봉사를 실천했다. 마리안느는 1934년 4월 24일 오스트리아 티롤주 농촌 마을 마트라이에서 2남 5녀 가운데 맏딸이자 셋째로 태어났다. 살림은 넉넉지 않았으나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다. 1947년 5월 성당 주일미사에 참석했다가 필리핀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신부의 강론을 듣고 먼 나라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결심했다. 마거릿은 1935년 6월 9일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태어났다. 2남 2녀 중 셋째로 남동생이 하나 있었고 아버지는 큰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였다. 집에는 가사도우미와 하인이 북적거려 유복하게 자랐으나 1939년 소련군이 폴란드를 점령하자 가족을 따라 오스트리아 마트라이를 거쳐 외가인 인스브루크로 이주했다. 마거릿은 14살 때 신비 체험을 한 뒤 그리스도왕시녀회에 가입했다. 둘이 만난 것은 1950년 마거릿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였다. 마거릿은 간호사가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임시 직원 자격으로 일손을 거들었고, 마리안느는 여성직업학교를 다니며 간호 보조업무를 했다. 1952년 나란히 인스브루크 대학병원 간호학교에 입학해 3년간 같은 방에서 지냈다. 이때 마리안느도 마거릿 영향을 받아 1954년 그리스도왕시녀회 회원이 됐다.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마리안느는 인스브루크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일했다. 마거릿은 비엔나 아동병원에서 근무했다. 1959년 마거릿 한국 입국, 1962년 마리안느 소록도 입도 먼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마거릿이었다. 그리스도왕시녀회 지도신부의 권유를 받고 유럽의 유일한 한센인 정착촌인 프랑스 오트레슈에서 봉사하며 경험을 쌓은 뒤 1959년 12월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경북 왜관의 베네딕도 수도원 근처에 있던 한센인 마을 베타니아원과 전북 전주의 동혜원에서 봉사하다가 1961년 9월 서울 혜화동에 있던 가르멜 수녀원(1963년 수유동으로 이전)에 들어갔다. 마리안느도 마거릿과 함께 한국행을 지원했으나 지도신부는 해외 봉사를 견디기에 너무 허약하다고 판단해 허락하지 않았다. 3년 뒤 국립소록도병원 조창원 원장의 부탁을 받은 해럴드 광주대교구장이 오스트리아 대주교에게 간호사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자 그리스도왕시녀회 간호사들을 파송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마리안느도 허락을 받았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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