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980년 대청댐이 생기기 전, 호수 아래에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이 물에 잠겼다는 것은 이들이 살던 집도, 농사짓던 논밭도, 또 매일같이 오가던 길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을 일상의 풍경. 그것이 한순간에 바뀐다는 것은 큰 충격이자 상실이었을 테다. 대청댐 건설 이후 40여 년간 꽁꽁 묶였던 길이 3월 친환경 도선 개통과 함께 열렸다. 장계관광지~연주리로 이어지는 뱃길은 대청댐 건설 이전 주민들이 도보로 왕래하던 길이자, 집터, 생계를 지탱하는 논밭이 있던 땅이기도 했다. 그 풍경을 기억하는 이들을 찾아, 물 밑에 잠긴 마을과 길을 복기해봤다. 수몰의 아픔 지닌 주민이 '자연환경해설사'로 조승국(64)씨는 지난 3월 9일부터 대청호생태관광협의회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2021년 5월, 옥천 대청호 안터지구(안내면 장계리와 옥천읍 오대리, 동이면 석탄리, 안남면 연주리를 잇는 21km, 총면적 43㎢)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자연환경해설사를 채용·배치한 것. 그는 앞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풍성한 생태관광을 누릴 수 있도록 해설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현 옥천 대청호 안터지구 자연환경해설사인 동시에 동이면 동정리 출신으로 고향의 수몰을 경험한 옥천 주민이기도 하다. 수몰을 앞둔 1980년의 봄, 그때에도 그는 마을에 있었다. "예전 고향 집이 지금의 안터선사공원 주차장 자리에 있었어요. 가구 수가 50호 정도로 꽤 큰 마을이었죠. 군동초등학교(죽향국민학교 동정분교, 1966년 개교~1980년 신축이전)도 우리 마을에 있었는데 동정리와 화계리, 수북리, 안터마을 등 가까운 마을 외에도 장계리, 오대리에서도 학생들이 모였어요. 한 학년당 120명 정도씩 있었으니 학생 수가 720명은 됐던 것이지요." 동이면 동정리는 대청댐 건설로 4가구를 제외한 전 주택이 수몰, 이주한 마을이다. 당시 32가구가 지금의 동정리 마을 위치로 이주, 나머지 가구는 지탄리, 남곡리, 평택 간척지 등지로 이주해야 했다. 동정리 윗마을로 이주한 가구는 최대부지가 100평까지만 가능했기에, 32가구가 다소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태가 됐다. "예전 고향 집은 300평 부지에 우물과 미루나무가 가까이에 있는 대문이 큰 집이었죠. 거기에서 좁은 집으로 왔으니 답답하고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에 잠긴 논밭도 2천 평 규모나 되었어요. 급하게 기존 집의 자재를 뜯어다가 집을 짓는 바람에 날림공사도 많고, 허술한 집들이 많았고요." 그는 동정리에 군동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이발소, 주막, 구판장, 방앗간, 구멍가게 등 다양한 상점도 즐비했고 가까운 수북리에서는 시내버스가 15분에 한 번씩 설 정도로 교통이 편리했다고 회상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마을 옆으로 옛 37번 국도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옛 37번 국도는 옥천읍에서 보은까지 이어지는 도로였죠. 이 도로를 따라 상인들이 많이 왕래했어요. 예전에는 오일장이 있던 시대니까 상인들이 장이 열리는 곳을 찾아서 지역마다 다닌 거예요. 보은장, 옥천장 가려면 여기를 거쳐야 했겠죠. 옥천 장날이면 인근 지양리, 남곡리, 장계리, 오대리에서 우리 마을 근처로 다들 모이곤 했어요. 마을에 구판장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마을 주민 중에는 여기서 물건을 떼어다가 다른 지역으로 판매하는 일을 부업처럼 하던 분들도 많았어요. 당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작물은 고사리였고요." 그렇게 편리했던 교통은 대청호 수몰 이후, 버스가 하루 다섯 번 서는 것으로 줄었다. 버스가 다니던 옛 37번 국도가 수몰되면서 노선이 바뀐 것이었다. 조승국씨는 이를 "문명 시대에서 석기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37번 국도에 관련된 기억은 조승국씨 개인에게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금강과 가까운 국도 길에 학생들이 동원되어 수업시간에 코스모스를 심곤 했던 것.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37번 국도 비포장길 양옆으로 4~5km가량 코스모스 모종을 심곤 했다. 학생들의 수고 덕분에 매해 가을이면 이곳에는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 오르곤 했을 테다.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 안 하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했지요(웃음). 수업 안 해서 좋다고 와- 하고 나가서 심었을 거예요."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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