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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하는 슬픈 고백...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 Collector
선거 앞두고 하는 슬픈 고백...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오마이뉴스

선거 앞두고 하는 슬픈 고백...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고백하자면 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광역, 기초단체장, 의원, 교육감을 동시에 선출하는 투표소에서 후보자 이름을 보고 투표한 기억이 없다. 투표 날, 매번 기표대 앞에 섰던 시간은 아마 1분도 안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진보정당 후보를 두고 대세와 양심 사이에서 조금 더 고민할 때도 몇 번은 있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기초의원 투표는 다르다. 후보자 이름보다 정당 기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호 1번 아니면 기호 2번 때론 3번까지. 그리고 망설임 없이 이어지는 도장찍기. 이른바 줄투표였다.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후보 한 명 한 명을 다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초의원 선거구에 후보가 네다섯 명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과 기록이 있는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유권자는 내가 아는 한 거의 없다. 말하자면 투표는 했지만 숙고된 선택은 없었다. 이 역설이 대한민국 지방선거의 오래된 현실이다. 후보보다 정당, 지방선거에선 유독 심하다 유감스럽지만 (특정 지역의 경우) 지방의원 당선의 90%는 정당이 결정한다. 숫자가 이것을 증명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년) 광역의원 기준으로 국민의힘은 영남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권에서 각각 90% 이상의 의석을 독점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에서 매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해당 지역의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 지지율인 60~7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지율과 의석수 간의 불일치가 표로 나타난다. 여당 강세 지역에서는 여당 후보가, 야당 강세 지역에서는 야당 후보가 거의 예외 없이 당선됐다. 후보 개인의 역량이나 도덕성은 이 90%의 방정식에서 변수가 되지 못한다. 기초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정당 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이른바 줄투표 현상이 뚜렷하다. 같은 선거구에서 같은 정당 소속 후보라면, 이름도 얼굴도 다르지만 득표율이 비슷하게 묶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보가 아니라 정당을 고르는 것이다.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였다. 둘 중 한 명만 투표한 셈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이 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 유동표가 줄어들고 조직을 가진 거대 양당 후보의 이점이 극대화된다. 결국 지방선거는 누가 더 좋은 후보인가보다 어느 정당의 바람이 더 센가로 결판난다. 특정 정당으로 고착화된 동서 지역은 늘 한결같은 방향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사는 서울·경기 지역은 선거를 앞두고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동쪽인지 서쪽인지가 판세를 가른다. 국회의원 선거보다 지방의회 선거가 그런 현상이 더 뚜렷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비중이 적고 후보 인지도가 낮은 지방의회 때문이다. 이른바 쏠림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방선거다. 여의도에 복속되는 지방의회, 조금은 달라졌을까? 또 유감스러워야 할 대목이 있다. 국민주권 시대라고 말하기 민망한 일이지만 기초의원의 고용주는 지역 주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90%의 방정식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후보를 결정하는 사람 즉 공천권자다. 그는 또 누구인가. 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에게 후보자 추천권을 부여한다. 문제는 이 권한이 실질적으로 어디에 집중되느냐다. 과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맡는 당원협의회 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이 기초의원 공천의 생살여탈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구조나 다름 없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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