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때로 한 사람의 작은 결심이 온 나라를 뒤흔들 수도 있다. 둑의 작은 틈에서 시작한 물샘이 점점 커져 결국 둑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과도 같다. 서유럽 아일랜드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1993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옛 수녀원 부지에서 약 155구 여성의 유해가 발굴되었다. 이후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증언과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식 조사를 시작하였고 사실을 확인한 뒤 총리의 사과,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이른바 지구촌에 큰 충격을 안긴 '막달레나 세탁소 암매장 사건'이다. 팀 밀란츠 감독의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4)은 바로 그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잔혹한 여성 학대나 살해, 암매장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수녀원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중임을 암시할 뿐이다. 이 영화의 초점은 부조리를 보고도 침묵하는 사회 구조와 평범한 한 가장의 심적 갈등에 있다. 다른 기관도 아닌 도덕적 권위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종교 기관에서 여성 학대, 감금, 살해, 암매장 등의 범죄가 150여 년 이어졌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오래도록 은폐되었는지를 이 영화는 헤아려 보게 한다. 몰입해 보는 동안 이는 아일랜드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나 해당할 수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빌 페롱(킬리언 머피 분)은 다섯 딸을 둔 가장이고 석탄 배달업자이다. 그는 이른 새벽 일터에 나가 밤에야 집에 돌아올 정도 힘들게 일한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에 딸들에게 변변한 선물 하나 마련해 줄 만한 돈도 없이 근근이 생활한다. 어느 날 빌은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다가 석탄 창고에 갇혀 있던 한 소녀를 만난 뒤 외면하기 힘든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빌은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일들을 계속 떠올리며 도움을 호소하는 소녀와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수녀원에 들어간 소녀들이 그곳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는 중임을 감지하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는 당장 직장을 잃게 되고 딸들은 학교조차 다니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빌의 고민하는 모습을 본 아내 아일린은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르는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라면서 "우리가 가진 걸 지켜야지"라고 말한다. 이 같은 아내의 발언이 이기적이고 냉혹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 선택이다. 실제로 수녀원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소녀를 구출한 뒤 그 가족은 온전할까? 아일린은 남편의 고민을 이해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거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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