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영월의 인기가 뜨겁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덕분이다. 영화로 주목 받기 전, 나 역시 영월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나는 여행지였다. 이번에는 도서관 여행이라는 근사한 핑계까지 생겼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내가 가려던 지난 4월 20일 월요일, 영월 지역의 대부분 공공도서관이 휴관이었다. 꼭 필요한 여행이었기에 차선책이 필요했다. 처음 계획과는 다르지만, 간절한 그다음의 선택은 우리의 삶에서 종종 선물처럼 등장한다. 맛집의 긴 웨이팅을 피해 들어간 옆집에서 인생 냉면을 만나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를 사러 갔다가 함께 집어 든 낯선 작가의 책에서 평생 간직할 문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터넷 지도를 펼쳐보니 영월 옆, 제천이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와 충청북도라는 도의 경계는 분명했지만,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검색해 보니 제천에는 지난해 11월 새롭게 문을 연 '제천남부공공도서관'이 있었다. 게다가 월요일 휴관도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영월 대신 선택한 제천으로 도서관 여행을 떠났다. 여행자 마음 속에 쏙 드는 북큐레이션 운전이 서툰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가는 길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본다. 건물 모양과 주차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미리 살펴본 '제천남부공공도서관'은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요즘 보기 드문 붉은 벽돌 건물이었다. 실제로 도착해 보니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낮은 평지에 우뚝 솟은 붉은색 건물은, 막 올라온 젖니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책바람길'이 펼쳐졌다.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계단형 통로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구조 덕분인지, 단순한 이동 공간이라기보다 강연이나 공연이 열려도 좋을 소극장처럼 느껴졌다. 한쪽 벽면의 통유리는 야외 도서관 같은 개방감을 더했다. '책바람길'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아니면 창밖의 파릇한 봄빛 때문일까. 책을 읽고 싶다는 설렘이 먼저 밀려왔다. 모처럼 내 발걸음은 바람의 밑창을 덧댄 듯 가볍게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종합자료실에 들어서니 '책과 함께한 도서관 피크닉'이라는 북큐레이션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자의 마음에 쏙 드는 코너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이 간 책은 <타샤 튜더의 나의 정원>이었다. 개나리꽃을 닮은 표지가 봄을 닮아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일구기 위해 바쳐온 그녀의 일생을 읽는 시간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삶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2, 3층 종합자료실에는 빈 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 지어지는 대부분의 도서관들은 예전처럼 칸막이형 열람실을 따로 두지 않는다. 개성 있는 개방형 좌석들은 웬만한 북카페보다 더 감각적이고 세련되었다. 새로 지은 도서관에 올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근처에는 카페나 독서실을 열기 힘들겠다고. 경쟁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