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장이 바뀌고 공동체가 사라졌다. 2015년 서울 은평구에 문을 열어 200여 곳의 사회적 기업과 시민단체를 품었던 서울혁신파크는, 2026년 4월 현재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된 채 빈 공터로 남아 있다. 건물이 사라지고 생긴 공터는 물론 남은 건물들 역시 시민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혁신파크 내 곳곳에는 '출입 금지. 이곳은 화단 보호구역입니다. 들어가거나 밟을 경우 꽃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축구장 15개에 맞먹는 1만 4500평가량의 부지가 단 2년 만에 개발을 기다리는 값비싼 주차장'이 된 것이다. 비어 있는 공간인데도 CCTV는 빼꼭하게 설치돼 있다. 2026년 1월 1일 기준 부지 내 CCTV는 150대다. 이 가운데 외부에는 24대뿐이고, 나머지 126대는 대부분 비어 있는 건물 내부에서 빈 공간을 비추고 있다.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간을 이렇게 비워두는 것 자체가 서울시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누구라도 입주해 있었다면 임대료라도 냈을 텐데 몇 년을 그냥 비워두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코엑스급 융복합도시" 구상, 2년 만에 좌초 흐름을 거슬러 보면, 이 변화는 2022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6개월 뒤인 12월, 혁신파크 부지에 60층 랜드마크를 포함한 코엑스급 규모의 '직(職)·주(住)·락(樂) 융복합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복합문화쇼핑몰, 800세대 공공주택, 서울시립대 캠퍼스가 오 시장의 구상안에 담겼다. 당시 입주해 있던 기업들의 뜻과는 다른 일방적 발표였다. 이듬해인 2023년 10월 말, 서울시는 구상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입주 기업을 내보내고 혁신파크의 운영을 종료했다. 부지 곳곳에 적혀 있던 '혁신파크' 명칭은 철저하게 지워졌고, 온라인 홈페이지까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오 시장의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2024년 7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같은 해 9월 부지 내 건물 일부를 남기고 먼저 철거작업을 했다. 2025년 2월에는 부지를 4545억 원에 민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입찰 공고를 냈다. 민간 매각 직전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2024년 11월)는 절차적 문제를 짚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보고서는 "용도지역 종상향 이후 토지가격 차이에 따른 이익을 민간 사업시행자가 가져가는 사업 방식이 적절한지",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할 것',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이라는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매각인지 면밀한 검토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즉, 토지가격 차익을 민간이 가져가는 매각이 서울시의 이익에 맞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시의원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부터 열흘 뒤인 2024년 12월 13일 혁신파크의 민간 매각을 의결했다. 무리하게 추진된 매각은 시민에게도, 기업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민간 매각은 시민들의 강한 비판에 부딪혔고, 유효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2025년 4월 입찰은 한 차례 좌초됐다. 이후 부지 재매각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인근 주민들은 혁신파크에서 러닝을 하거나 '경도(경찰과도둑) 놀이'를 하는 등 공원으로서 이용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이곳을 '공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구 서울혁신파크'라는 명칭 대신 2010년까지 이 자리에 있었던 질병관리청의 옛 기관명을 따서 '구 국립보건원'으로 부르고 있다. 부지 경계는 공사장에서 쓰이는 방음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