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얼마 전 길을 가다 횡단보도 앞에서 직장인들의 대화를 들었다. 요즘 화제인 드라마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대한 대화였다. "그 드라마 봐? 황동만이나 박경세나 너무 지질해서 보기 힘든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 그걸 또 계속 봐." "나도 그래. 아마 그 인물들 속에 다 우리가 있어서 아닐까. 동만의 불안이 마치 내 것 같기도 해." 이 대화를 엿듣다가 속으로 "나도 그래"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지질이' 동만의 불안에 공감하는 걸까. 그건 동만의 불안이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외로움'에 기반한 감정이라서 아닐까. 동만의 불안 동만(구교환)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대학 시절 만난 8인회 모임의 일원이다. 20년간 함께 한 이 모임의 멤버 7명은 제작자로 영화감독으로 혹은 PD로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다. 동만은 시나리오만 14편 썼을 뿐, 무직이다. 동만은 8인회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동료들이 만든 영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음식을 주접스럽게 먹어대며, 계속해서 수다를 떤다. 동료들은 그런 동만이 밉다. 특히, 경세(오정세)는 동만을 모티프로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을 국가가 대신 죽여주는 <국가 스트레스 위원회>를 기획할 만큼 동만을 증오한다. 동만 역시 이런 분위기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자신만 들어오면 싸해지는 분위기, 말만 하면 떠도는 침묵, 아무리 동만이라도 견디기 힘든 분위기였을 거다. 그럼에도 동만은 계속 모임에 참석해 떠드는 자신을 두고 은아(고윤정)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친구들만 만나면 감정워치에 뭐라고 뜨는 줄 알아? 불안. 나도 몰랐어. 내가 그렇게 불안한 줄. 아무도 안 반기는데 끼어 앉아 있는데 불안할 수밖에 더 있어? 그 불안을 이겨 내려고 죽어라 떠들어." (3회) 동만이 찬 감정워치는 특정 상황이 되면 반응하는 웨어러블 워치다. 화면에는 '불안', '설렘', '허기'처럼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나타난다. 긍정적인 상태는 초록색, 부정적인 상태는 빨간색으로 드러난다. 동만은 불안을 없애려 말을 많이 하고, 과장해서 행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불안을 줄이려는 모습에 애처로움을 느꼈다. 동만은 왜 불안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들었다.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불안하면 우선 그 원인을 피하려는 마음이 드는 게 먼저다. 불안은 위험을 감지할 때 일어나는 감정으로, 인류는 이 불안을 이용해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찾으며 지금에 이르렀다(맹수를 보고도 불안을 느끼지 않고,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인류처럼 약한 신체 조건으로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동만은 참 이상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불안해진다면, 친구들과 만나지 않으면 될 일이다. 모임에 나가지 않으면 욕먹을 일도 없고, 조금 더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테다. 도대체 동만은 왜 불안할 줄 뻔히 알면서, 매일 그 모임에 가고 또다시 욕을 먹는 걸까? 이런 동만에게서 불안보다 더 큰 외로움을 보았다. 그 힘든 불안을 감당할 만큼 더 짙은 외로움 말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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