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선생님도 너희랑 같이 오래 달리기 할까? 누가 더 오래 달리는지?" "네, 해요! 해요!" 월요일 체육 시간, 나는 운동화 끈을 풀어 단단히 다시 묶었다. 다음 주 목요일에 있을 신체능력검사를 앞두고 미리 연습하는 날이었다. 우리 학교는 4개 종목을 확인한다. 왕복오래달리기, 유연성, 악력, 제자리멀리뛰기. 모두가 중요한 신체 지표를 측정하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왕복오래달리기다. 왜냐하면 악력 같은 경우 측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결괏값에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달리기는 실시간으로 탈락자가 나오므로 실력이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신나는 음악까지 나오니 흥분할 수밖에. "페이스메이커라고 들어봤어? 선생님이 옆에서 페이스메이커 할게. 그럼 너희가 더 오래 뛸 거야." "런던에서 마라톤 세계 신기록 깨진 것 봤어요. 저도 작년 기록 깰 거예요." "실전까지 일주일 남았으니까 지금이라도 연습하면 돼." 페이스메이커가 있어야 선수가 더 잘 뛰는 법. 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십수 년 간 체력능력검사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잘 뛰는 아이가 한 명도 없는 그룹은 전체적으로 기록이 저조하다. 반면 잘 뛰는 아이가 섞여 있으면 주변 친구도 자극받아 기록이 올라간다. 모두가 빨리 포기하는 분위기에서는, 더 뛸 수 있는데도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양발 모두 선을 넘어야 해. 한 발만 걸치는 건 실격이야." "아, 힘들어." "두 번만 더 뛰어 보자고. 지금 잘하고 있어." 땀방울이 체육관 마루에 똑똑 경쾌한 템포의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아이들은 체육관을 힘차게 왕복했다. 초등학교 5학년 기준 왕복오래달리기 1등급(아주 높음) 기준은 100회 이상이다. 여덟 명 정원의 우리 반은 전원이 남학생. 남자아이들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결코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발걸음에서 느껴졌다. 50회 이상만 뛰어도 3등급(보통)이다. 50회까지는 속도가 느려서 웬만큼 노력하면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30회가 되기 직전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 4등급이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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