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살다 보면 결정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많다. 카페도 결정 장애를 지닌 사람을 자주 보는 곳이다. 특히 메뉴에 어려운 이름의 커피가 많은 우리나라 카페에서는 쉽사리 결정을 못 해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많다. 나는 비교적 결정이 빠른 편에 속한다. 익숙한 것을 습관적으로 선택하는 성격도 아니다. 카페에 가면 전혀 마셔본 적이 없는 커피, 아니면 최근에 마신 적이 없는 커피를 주문한다. 간혹 새로운 커피가 없으면 가장 최근에 로스팅한 커피를 물어서 주문하기도 한다. 물론 소문난 시그니처 커피가 있으면 그것을 주문하는 때도 많다. 어찌 되었든 커피 앞에서 선택에 시간을 많이 낭비하지 않는 편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나의 그런 태도는 나타난다. 얼마 전에 커피가치평가(CVA)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운전 중에 수업 시작이 30분 늦추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업 장소에 차를 주차하고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들으려던 계획이었는데 약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때 전날 인터넷에서 본 커피그라인더박물관 기사가 생각났다. 위치가 수업 장소에서 멀지 않았다. 문제는 박물관을 관람하면 점심 식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점심이냐 박물관이냐? 나의 선택은 박물관이었다. 점심은 하루 굶는다고 문제가 생길 일은 아니지만, 박물관은 호기심이 가득했을 때 방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을 바꾸어 서울 노원구 공릉동도깨비시장 안에 있는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로 향했다. '말베르크'(Malwerk)는 분쇄기를 뜻하는 독일어다. 우리나라에 커피박물관은 열 개 정도 있지만, 말베르크처럼 한 종류의 커피 도구만을 전시한 전문 박물관은 말베르크가 유일하다. 커피가 유럽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1600년대부터 20세기 초반까지 350년 동안 세계인들이 사용하던 수동 그라인더 1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카페와 함께 상설전시관이 있고, 3층에는 기획전시관이 있다. 주변에 주차하고 도깨비시장에 들어섰다. 점심을 굶은 사람에게는 조심해야 할 곳이다. 온갖 시장 음식 냄새가 발길을 느리게 만든다. 유혹을 뿌리치고 말베르크에 도착했다. 2층에서 커피와 작은 디저트 하나를 주문했다. 커피 맛이 꽤 좋았다. 바리스타에게 물어보니 커피 리브레 원두였다. 어쩐지 익숙한 맛이었다. 아쉽게도 이승재 관장은 외부 약속으로 자리를 비운 날이었다. 혼자 2층을 보고 3층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누군가 오더니 인사를 하는데 인터넷에서 본 이승재 관장이었다. 약속이 변경되어 일찍 돌아왔다는 얘기와 함께 안내를 시작하였다. 점심을 포기하고 온 걸 하늘이 알고 이 관장님을 보내준 게 아닐까 내 맘대로 생각했다. 세계 역사가 담겨 있는 그라인더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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