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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예술가 | Collector
유배지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예술가
오마이뉴스

유배지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예술가

8일 아침, 완도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봄 같던 날씨는 어느새 초여름 햇살로 바뀌어 있었다. 강진 마량에서 고금대교를 건너자 바다 위로 길이 이어진다. 고금도를 지나 다시 장보고대교를 건너면 신지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창 밖으로는 윤슬 반짝이는 남해 바다가 펼쳐지고, 크고 작은 섬들이 겹쳐 지나간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 닿을 수 있었던 섬이다. 이제는 다리로 이어졌지만, 신지도로 들어서는 길에는 여전히 섬으로 향하는 설렘이 남아 있다. 신지도는 완도군 신지면에 속한 섬으로, 명사십리해수욕장을 품은 남해안 대표 휴양지다. 연륙교로 연결된 지금도 섬 특유의 느린 풍경과 여유가 느껴진다. 인근 약산도·고금도와 함께 강진 마량에서 완도로 이어지는 해상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친구의 시골집에 들렀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며 손봤다는 집은 깔끔하게 개조돼 있었다. 유자농장 옆에 자리한 2층 주택이다. 이른바 '세컨드하우스'라 불릴 만한 공간이다. 친구는 한 달에 보름 정도는 이곳에 머물 계획이다고 했다. 집 안팎에선 어딘가 여유로운 노후의 풍경이 느껴졌다. 잠시 담소를 나눈 뒤 인근 원교 이광사 문화거리로 향했다. 완도 걷기 여행의 첫 번째 여정이다. 골목 담장과 벽화 곳곳에는 조선 후기 명필 이광사의 글씨와 삶이 스며 있다. 신지도는 그가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다. 원교 이광사는 조선 후기 '동국진체'를 완성한 서예가로 평가받는다.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글씨는 지금도 전국 사찰 현판 곳곳에 남아 있다. 신지도 바닷바람 속을 걷다 보면, 유배지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예술가의 시간이 천천히 다가오는 듯하다. 1705년에 태어난 그는 조선 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명필이자 양명학자다. 나주괘서사건에 연루돼 신지도로 유배돼 15년을 머물렀다. 유배 생활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조선적 서체인 '동국진체'를 완성했으며, 서예 이론서 <원교서결>도 남겼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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