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앞으로는 부모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출생신고와 동시에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 등 각종 복지 급여가 통장에 자동으로 입금된다. 또한 기초연금이나 장애인연금 수급에서 한 차례 탈락했더라도 이후 자격을 갖추게 되면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대상자가 신청한 것으로 간주하고 조사와 지급 절차를 알아서 진행한다. 한국 복지 제도의 큰 장벽으로 꼽혀온 ‘신청주의’가 정부의 선제적 개입인 ‘적극적 복지’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발생한 위기가구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기존 복지안전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위기가구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 지원하는 기존의 수동적 방식으로는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발굴부터 개입, 지원에 이르는 전 과정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핵심은 ‘신청주의’ 혁파다. 보편적 급여인 아동 관련 수당은 출생신고만으로 지급을 자동화하고 기초연금 등 선별 급여는 정부가 수급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 안내·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복지 급여를 신청한 적이 없더라도 복지멤버십 가입자라면 연 2회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수급 가능성을 미리 안내받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아동수당법, 기초연금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며 국회 입법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움이 절실한 위기 상황인데도 본인이 명시적인 동의를 하지 않아 지원 받지 못하는 사례에 대한 대응도 강화된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한부모가족지원제도에 대해 ‘미동의 직권신청’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조사 장벽을 낮추고 담당 공무원에게 확실한 면책권을 부여해 적극적인 행정을 독려할 방침이다. 특히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고위험 가구는 법 개정 전이라도 동의 없이 직권신청을 통해 생계급여를 우선 지급하며 추후 과다 지급으로 밝혀지더라도 환수를 면제하기로 했다.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발굴 시스템도 한층 정교해진다. 지금까지는 전기·수도요금이 3개월 이상 체납돼야 위기 정보가 포착됐지만, 앞으로는 생활 위기 변수를 매월 분석해 위험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포착한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되거나 여러 위기 시스템에 중첩된 고위험 가구는 지자체가 별도로 우선 관리하게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선정 기준도 손질한다. 다자녀 가구나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자동차가 생존을 위한 필수재라는 점을 감안해 기초생활보장 자동차 재산 산정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긴급복지 지원 기준인 위기 상황 범위를 넓히고 취약가구 아동에 대한 아이돌봄 지원 시간도 연 960시간에서 1080시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복지급여 자동지급과 직권신청 실효성을 높여 신청주의를 개선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빈틈없는 복지안전매트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읍면동 복지 담당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복합적인 복지 상담과 행정 업무의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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