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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교직 생활했는데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 다시 배운 것 | Collector
40년 교직 생활했는데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 다시 배운 것
오마이뉴스

40년 교직 생활했는데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 다시 배운 것

붓을 들어 본 사람은 안다. 선 하나를 긋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그 선 하나에 마음이 담기고, 삶이 담기고, 때로는 외로움이 담긴다는 것을. 오늘은 그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여기지 않았던 한 사람을 만나러 지난 1일 대구 간송미술관을 찾았다. 추사 김정희다. 그런데 전시 제목이 묘하다. '추사의 그림 수업'. 그림 수업이라니, 작고한 대가의 전시에 '수업'이라는 단어가 붙다니! 호기심을 자극한다. 들어서는 순간, 그 제목이 딱 맞다는 걸 직감했다. 추사의 진품을 보기 전에 먼저 상설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실 1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수집한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과 도자기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다. 그들의 그림은 볼 때마다 재미있다. 일제강점기, 나라의 것을 지키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은 사람. 간송! 그의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저항이었고 사랑이었다. 그가 지켜 낸 유물들이 그의 형형한 정신만큼이나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전시실 2는 장승업의 그림 삼인문년이 있고, 신윤복의 미인도를 서양의 유명화가들의 화풍으로 AI가 변환한 이미지들이 있다. 조선 시대 그림 속 여인이 서양 화풍으로 바뀐 모습은 아무래도 낯설다. '동양미'라는 게 확실히 존재하는가 보다. 미인도의 여인이 살아 움직이고, 눈빛을 맞추고 표정이 바뀌는 디지털 그림에서는 신윤복이 저 여인의 눈빛을 그릴 때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250년을 건너뛰어 그 눈빛을 다시 살려냈다. 예술은 시간을 이기고, 기술은 그 시간을 더 가까이 데려온다. 두 눈으로 직접 본 진품 '세한도'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전시실 4에 세한도(歲寒圖)가 있었다. 진품이다. 제주의 추사 유배지에서도 보았지만, 진품을 대한다는 마음에 더욱 설렌다. 교과서에서 수도 없이 보았고, 수업 시간에 수도 없이 설명했던 바로 그 그림. 그런데 유리 너머 실물 앞에 서는 순간, 기분이 묘하다. 시간을 뛰어넘어 추사가 그림을 그리는 그 장면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를 따라 마음이 춥다. 추사가 제주 유배지에서 붓을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척박한 섬, 끊어진 인연들, 그럼에도 변치 않고 찾아온 제자 이상적에게 건네는 감사. 그것이 저 몇 줄의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겨울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여백이 더 많은 그림이다. 그러나 여백이 비어 있지 않았다. 그 안에 사람이 있다. 일렁이는 마음을 누르고 다음 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 전시에는 세한도 외에도 '불이선란도'와 '난맹첩' 등 추사가 도달한 예술적 경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중 '계산무진(谿山無盡)'— '계산은 끝이 없구나'라는 뜻의 대자(大字) 글씨는 전·예·해·행·초서의 필법이 융합된 추사체의 완결판이었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와 우뚝 솟은 산의 형상을 글자 안에 담아낸 그 글씨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글씨가 그림이고, 그림이 글씨였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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