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초임 교사 시절, 난 이른바 '교복 예찬론자'였다. 브랜드로 인한 아이들 각자가 느낄 경제적 위화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아이들이 선호하는 '등골 브레이커'에 부모의 등허리가 휘었다. 한 벌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패딩이 교복을 대신한 적도 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완고한 '교복 폐지론자'가 됐다. 만만찮은 가격으로 교복이 또 하나의 '등골 브레이커'가 된 이상 유일한 장점마저 사라졌다고 여겨서다. 누구 말마따나, 지금 교복의 존재 이유는 매일 아침 옷장을 열고 뭘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뿐이다. 교복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입찰에 가담해 가격을 올리는가 하면, 그들끼리 특정 학교의 낙찰 업체를 정한 뒤 나머지 업체들이 들러리를 서는 일이 횡행했다. 경쟁을 가장해 가족 명의의 유령 업체를 동원하는 경우마저 등장했다. 비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격에 견줘 품질이 형편없었고, 하자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업체를 찾아가 A/S를 받는 게 번거롭다며, 집 앞 세탁소에서 수선을 받겠다고들 했다.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는 꼴이었다. 수많은 옷 중의 'One of Them' 교복을 입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거지를 조심할 거라는 인식도 케케묵은 이야기다. 교복을 입은 채 길거리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고, 형태가 하나같이 어두운 색깔의 정장 스타일이어서 멀리서 보면 교복인지도 잘 모른다. 명찰조차 탈부착이 가능하다. 교복을 변형해서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지의 기장과 폭을 취향껏 늘리고 넓히는가 하면, 셔츠도 단추를 다 채워 입는 아이도 드물다. 교복조차도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고, 자유분방하게 자신을 표현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교복은 수많은 옷 중의 'One of Them'인 셈이다. 또, 애교심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발상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의무교육 체제인 데다 전국 대다수 지역이 평준화한 마당에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기대하긴 어렵다. 최상위권 아이들이 진학하는 특목고나 자사고의 교복은 차별과 배제의 상징으로 작용한 지 이미 오래다. 작년 초 당시 학교 안팎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교복을 폐지할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자치회와 학부모, 교사의 찬반 의견을 묻고,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현행 규정상 그들 다수의 동의 없이는 교복을 폐지하기는커녕 디자인조차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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