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or
"자분 가능할까요?" 걱정하는 마흔다섯 임신부에게 해준 말 | Collector .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가장 먼저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편의점 화장실, 변기 옆, 타일 바닥에 깔린 담요. 준비도 없이 시작되는 무방비 출산. 그건 우리가 알던 장면이 아니었다. 봄맞이 감성 충전을 하자며 함께 글 쓰는 친구와 개봉일 극장을 찾았다. 에겐남과 테토녀의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며 순두부같이 몽글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극장을 나올 때는 각자의 출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친구는 이십 년 전 그날을 어제 일처럼 소환하더니 라마즈 호흡을 하듯 내뱉었다. "맞아. 아기를 낳는 건 드라마처럼 우아한 일이 아니야. 목숨 건 한판 승부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산모,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남편, 힘 한번 주면 우렁차게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부부의 품에 안기는 인형같은 아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출산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상상하고 임신과 출산을 계획한다면 미리 말한다. 100% 뻥이다. 실제 출산은 훨씬 더 '날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날 것'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영화속 출산 장면을 보면서 마흔의 나를 떠올렸다. 화장실 타일 바닥에서 아이를 낳은 건 아니었지만, 고령의 임신은 시작부터 짠내가 났다. 마흔에 임신을 했는데 온몸이 따끔거렸다. 임신때문이냐고? 당연 NO.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한번 결정하면 앞만 보고 가는 '직진 인간'이다. 출산 3일 전까지 열일한 결과 "오늘 정기검진 날이지? 김기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임신 초기부터 남편은 정기검진에 늘 동행했다. 자상한 남편? 맞다. 하지만 그보다 의리로 묶인 동지에 가깝다. 오랜 시간 같은 직장에서 일했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 임신도 함께 만든 프로젝트였다. 같이 시작했고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남편의 흰머리였다. 삼십대부터 시작된 새치는 이미 검은 머리보다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구역에서 흰머리는 진료실 의사와 남편, 둘 뿐이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갈 길을 잃는다. 저쪽에서 힐끔, 이쪽에서 힐끔. 그러다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소머즈도 아닌데 그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도대체 몇 살쯤일까.' '저 나이에 임신을 한 거야?' 거기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액션이 있었으니 남편의 졸음이었다. 산부인과 대기 시간은 기본이 한 시간. 남편은 그 시간을 틈타 밀린 잠을 보충했다. 평일 한낮, 흰머리 중년 남자가 산부인과 대기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뭔가 애틋한 사연 하나쯤 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파워F 남편은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숙면이라도 취하듯 아주 편안한 얼굴로 졸았고, 초음파를 보며 물개박수를 치고 심장 소리가 들리면 눈물을 흘렸다. 흰머리 남자의 1인극 무대였다. 그렇다면 대문자T 직진 인간인 나는 어땠을까. 일단 노산이라고 해서 일을 줄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고령 임신의 위험을 떠올리며 쉬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실제 의사도 노산이라는 이유로 휴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하던 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노산, 그게 뭐라고. 전체 내용보기"> .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가장 먼저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편의점 화장실, 변기 옆, 타일 바닥에 깔린 담요. 준비도 없이 시작되는 무방비 출산. 그건 우리가 알던 장면이 아니었다. 봄맞이 감성 충전을 하자며 함께 글 쓰는 친구와 개봉일 극장을 찾았다. 에겐남과 테토녀의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며 순두부같이 몽글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극장을 나올 때는 각자의 출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친구는 이십 년 전 그날을 어제 일처럼 소환하더니 라마즈 호흡을 하듯 내뱉었다. "맞아. 아기를 낳는 건 드라마처럼 우아한 일이 아니야. 목숨 건 한판 승부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산모,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남편, 힘 한번 주면 우렁차게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부부의 품에 안기는 인형같은 아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출산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상상하고 임신과 출산을 계획한다면 미리 말한다. 100% 뻥이다. 실제 출산은 훨씬 더 '날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날 것'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영화속 출산 장면을 보면서 마흔의 나를 떠올렸다. 화장실 타일 바닥에서 아이를 낳은 건 아니었지만, 고령의 임신은 시작부터 짠내가 났다. 마흔에 임신을 했는데 온몸이 따끔거렸다. 임신때문이냐고? 당연 NO.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한번 결정하면 앞만 보고 가는 '직진 인간'이다. 출산 3일 전까지 열일한 결과 "오늘 정기검진 날이지? 김기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임신 초기부터 남편은 정기검진에 늘 동행했다. 자상한 남편? 맞다. 하지만 그보다 의리로 묶인 동지에 가깝다. 오랜 시간 같은 직장에서 일했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 임신도 함께 만든 프로젝트였다. 같이 시작했고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남편의 흰머리였다. 삼십대부터 시작된 새치는 이미 검은 머리보다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구역에서 흰머리는 진료실 의사와 남편, 둘 뿐이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갈 길을 잃는다. 저쪽에서 힐끔, 이쪽에서 힐끔. 그러다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소머즈도 아닌데 그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도대체 몇 살쯤일까.' '저 나이에 임신을 한 거야?' 거기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액션이 있었으니 남편의 졸음이었다. 산부인과 대기 시간은 기본이 한 시간. 남편은 그 시간을 틈타 밀린 잠을 보충했다. 평일 한낮, 흰머리 중년 남자가 산부인과 대기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뭔가 애틋한 사연 하나쯤 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파워F 남편은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숙면이라도 취하듯 아주 편안한 얼굴로 졸았고, 초음파를 보며 물개박수를 치고 심장 소리가 들리면 눈물을 흘렸다. 흰머리 남자의 1인극 무대였다. 그렇다면 대문자T 직진 인간인 나는 어땠을까. 일단 노산이라고 해서 일을 줄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고령 임신의 위험을 떠올리며 쉬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실제 의사도 노산이라는 이유로 휴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하던 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노산, 그게 뭐라고. 전체 내용보기"> .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가장 먼저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편의점 화장실, 변기 옆, 타일 바닥에 깔린 담요. 준비도 없이 시작되는 무방비 출산. 그건 우리가 알던 장면이 아니었다. 봄맞이 감성 충전을 하자며 함께 글 쓰는 친구와 개봉일 극장을 찾았다. 에겐남과 테토녀의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며 순두부같이 몽글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극장을 나올 때는 각자의 출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친구는 이십 년 전 그날을 어제 일처럼 소환하더니 라마즈 호흡을 하듯 내뱉었다. "맞아. 아기를 낳는 건 드라마처럼 우아한 일이 아니야. 목숨 건 한판 승부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산모,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남편, 힘 한번 주면 우렁차게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부부의 품에 안기는 인형같은 아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출산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상상하고 임신과 출산을 계획한다면 미리 말한다. 100% 뻥이다. 실제 출산은 훨씬 더 '날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날 것'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영화속 출산 장면을 보면서 마흔의 나를 떠올렸다. 화장실 타일 바닥에서 아이를 낳은 건 아니었지만, 고령의 임신은 시작부터 짠내가 났다. 마흔에 임신을 했는데 온몸이 따끔거렸다. 임신때문이냐고? 당연 NO.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한번 결정하면 앞만 보고 가는 '직진 인간'이다. 출산 3일 전까지 열일한 결과 "오늘 정기검진 날이지? 김기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임신 초기부터 남편은 정기검진에 늘 동행했다. 자상한 남편? 맞다. 하지만 그보다 의리로 묶인 동지에 가깝다. 오랜 시간 같은 직장에서 일했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 임신도 함께 만든 프로젝트였다. 같이 시작했고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남편의 흰머리였다. 삼십대부터 시작된 새치는 이미 검은 머리보다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구역에서 흰머리는 진료실 의사와 남편, 둘 뿐이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갈 길을 잃는다. 저쪽에서 힐끔, 이쪽에서 힐끔. 그러다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소머즈도 아닌데 그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도대체 몇 살쯤일까.' '저 나이에 임신을 한 거야?' 거기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액션이 있었으니 남편의 졸음이었다. 산부인과 대기 시간은 기본이 한 시간. 남편은 그 시간을 틈타 밀린 잠을 보충했다. 평일 한낮, 흰머리 중년 남자가 산부인과 대기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뭔가 애틋한 사연 하나쯤 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파워F 남편은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숙면이라도 취하듯 아주 편안한 얼굴로 졸았고, 초음파를 보며 물개박수를 치고 심장 소리가 들리면 눈물을 흘렸다. 흰머리 남자의 1인극 무대였다. 그렇다면 대문자T 직진 인간인 나는 어땠을까. 일단 노산이라고 해서 일을 줄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고령 임신의 위험을 떠올리며 쉬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실제 의사도 노산이라는 이유로 휴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하던 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노산, 그게 뭐라고. 전체 내용보기">
오마이뉴스

"자분 가능할까요?" 걱정하는 마흔다섯 임신부에게 해준 말

쿵. 앞차를 박는다. 쿵. 뒷차를 박는다. 밀린 틈을 비집고 다시 앞으로 쿵, 뒤로 쿵. 차를 빼낸다. 겨우 주차장을 빠져나왔는데 이번엔 도로가 주차장이다. 일렬주차를 벗어났더니 일렬정체다. 차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차를 버리고 편의점으로 뛰어든다. 화장실 문을 잡아당긴다. 잠겨 있다. 발로 찬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잠시 후 "응애 응애."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위 리브 인 타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가장 먼저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편의점 화장실, 변기 옆, 타일 바닥에 깔린 담요. 준비도 없이 시작되는 무방비 출산. 그건 우리가 알던 장면이 아니었다. 봄맞이 감성 충전을 하자며 함께 글 쓰는 친구와 개봉일 극장을 찾았다. 에겐남과 테토녀의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며 순두부같이 몽글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극장을 나올 때는 각자의 출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친구는 이십 년 전 그날을 어제 일처럼 소환하더니 라마즈 호흡을 하듯 내뱉었다. "맞아. 아기를 낳는 건 드라마처럼 우아한 일이 아니야. 목숨 건 한판 승부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산모,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남편, 힘 한번 주면 우렁차게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부부의 품에 안기는 인형같은 아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출산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상상하고 임신과 출산을 계획한다면 미리 말한다. 100% 뻥이다. 실제 출산은 훨씬 더 '날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날 것'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영화속 출산 장면을 보면서 마흔의 나를 떠올렸다. 화장실 타일 바닥에서 아이를 낳은 건 아니었지만, 고령의 임신은 시작부터 짠내가 났다. 마흔에 임신을 했는데 온몸이 따끔거렸다. 임신때문이냐고? 당연 NO.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한번 결정하면 앞만 보고 가는 '직진 인간'이다. 출산 3일 전까지 열일한 결과 "오늘 정기검진 날이지? 김기사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임신 초기부터 남편은 정기검진에 늘 동행했다. 자상한 남편? 맞다. 하지만 그보다 의리로 묶인 동지에 가깝다. 오랜 시간 같은 직장에서 일했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 임신도 함께 만든 프로젝트였다. 같이 시작했고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남편의 흰머리였다. 삼십대부터 시작된 새치는 이미 검은 머리보다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구역에서 흰머리는 진료실 의사와 남편, 둘 뿐이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갈 길을 잃는다. 저쪽에서 힐끔, 이쪽에서 힐끔. 그러다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소머즈도 아닌데 그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도대체 몇 살쯤일까.' '저 나이에 임신을 한 거야?' 거기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액션이 있었으니 남편의 졸음이었다. 산부인과 대기 시간은 기본이 한 시간. 남편은 그 시간을 틈타 밀린 잠을 보충했다. 평일 한낮, 흰머리 중년 남자가 산부인과 대기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뭔가 애틋한 사연 하나쯤 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파워F 남편은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숙면이라도 취하듯 아주 편안한 얼굴로 졸았고, 초음파를 보며 물개박수를 치고 심장 소리가 들리면 눈물을 흘렸다. 흰머리 남자의 1인극 무대였다. 그렇다면 대문자T 직진 인간인 나는 어땠을까. 일단 노산이라고 해서 일을 줄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고령 임신의 위험을 떠올리며 쉬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실제 의사도 노산이라는 이유로 휴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하던 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노산, 그게 뭐라고.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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