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패션 디자이너를 노동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한국에서 패션 디자인에 관한 관심은 판매와 소비 또는 디자인 작품 자체에 집중되어 왔다. 실제로 패션 디자이너에 관한 학술연구는 디자인에 관한 주제, 즉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 특성이나 미의식에 집중되어 있고, 디자이너의 고용이나 노동에 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직업으로서 패션 디자이너는 TV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익숙하지만, 노동자로서의 패션 디자이너는 여전히 낯설다. 사회건강연구소의 <"우아한 직업?" : 패션 디자이너의 노동 특성과 건강 문제>(김영정·류지아· 정진주, 2024) 는 낯설은 존재로서의 '노동자' 패션 디자이너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드러내고 분석한 연구다. 인터뷰에 참여한 현직 디자이너들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어린 시절부터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옷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이나 미술 계열로 진학하여 비교적 일찍 진로를 결정한 뒤 패션 디자이너가 되지만, 취업 후에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임금의 혹독한 현실을 마주한다. 패션 잡지를 보면서 대중이 패션 업계에 갖게 되는 이미지, 드라마에서 종종 재현되는 패션 디자이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초기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흔하다. 통계에 따르면 섬유패션산업 종사자의 평균 근속년수가 11.3년인데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는 6.8년으로 '기타' 직군을 제외하고는 근속년수가 가장 짧았다(한국패션산업협회, 2023년 봉제업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언뜻 자발적 퇴사나 이직의 모양새를 띠기는 하지만 사실은 불만족스러운 노동조건 때문이며 회사의 직접적인 퇴사 압박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잦은 이직은, 임금 인상이 체계적이지 않은 사업장이 많아 이직만이 급여를 높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션은 계절을 앞서가지만, 회복할 시간 얻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의 몸 특히 장시간 노동과 매출 압박이 대표적인 스트레스 원인이다. 패스트 패션이 유행함으로써 점점 치열해지는 속도와 경쟁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가혹하다. 빠르게 옷을 디자인하고 여러 종의 옷을 생산해내야 하는 패션업계에서 속도와 마감에 따른 압박감을 느끼고 이에 맞추기 위해 긴 시간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개개인의 매출 실적이 드러나기 때문에 압박감이 상당하다. "매출이 곧 인격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언급될 정도로 디자이너들의 실적을 매출로 파악하는 문화는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부당한 처우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판매 실적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 현황표가 직원들에게 공개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질책을 동반한 압박을 받기도 한다. "매출 현황표 좀 심한데 보잖아요. 그러면 그 주 매출이 베스트부터 워스트까지 쫙 뜨고 그 옆에 디자이너 누르면 쫙 떠요. 그러니까 나중에 연봉 협상하거나 상반기 리뷰를 하게 될 경우에는 제 이름이 000니까 000 베스트 몇 개 그래서 매출의 몇 프로 그리고 워스트 몇 개..." (38세 니트 디자이너)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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