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요즘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소식에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아울러 이를 압축하고 있는 아리랑의 상징 코드는 문화상징의 전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상징은 한 사회나 공동체가 오랜 시간 공유해 온 가치, 믿음, 정체성, 세계관을 특정한 사물·동물·색채·행위·문양·이야기 등에 담아 표현한 것을 말한다.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이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것을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표현해 왔다. 국기와 문장, 산천의 지도와 동물의 상징이 모두 그러하다. 한 사회가 어떤 형상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그 민족이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기억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선언이다. 한국인에게 호랑이는 바로 그러한 문화상징이었다. 그 가운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 바로 '호랑이 강역도'이다. 한반도의 지형을 호랑이 형상으로 바라본 이 독특한 국토관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국토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이해한 문화적 세계관이었다. 이번 여정은 호랑이 형상 속에 담긴 한민족의 문화정신을 찾아가는 탐방으로 지난 2일, 먼저 고려대학교 박물관을 방문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 그동안 한반도의 형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중국을 향해 고개 숙여 읍하고 있는 노인의 형상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신라 말 도선국사와 전남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 창건설화와 관련이 있는데, 대륙에 비스듬히 정박해 있는 배 형국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일제강점기 전후로 촉발하게 되는데, 고토 분지로의 '한반도 토끼모양지도'가 그것이다. 이는 다분히 조선을 토끼 형상으로 묘사해 나약한 이미지로 규정하고 식민지정책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에 반발하여 육당 최남선은 한반도를 '맹호가 웅크린 형세'라고 설명하며 민족정신을 강조했고, 호랑이 형상을 통해 민족의 기상과 자존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반영하여 그린 지도가 바로 이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像圖)'인 셈이다. 제목은 화면 상단 좌측에 쓰여 있는 한자로 비롯된 것이다. '무궁화 핀 강산에 맹렬한 호랑이 기상이 있는 지도'라는 뜻으로 두 앞발이 대륙을 향해 뻗어 올리고 백두산과 천지 부분은 포효하는 얼굴로 그려져 있고 꼬리는 영일만 부근에서 시작해 남쪽 해안을 따라 그 끝은 변산반도 해안가에서 갈무리하고 있다. 이 그림은 20세기 초 김태희 화백이 그렸고 길이가 대략 80cm 정도로 그리 큰 크기의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동해안에서 시작하는 호랑이 줄무늬의 변화무쌍한 먹선과 한 올 한 올 서 있는 털에 대한 필치,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은 기운 생동한 표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어딘가. 일명 '민족고대'라 불리는 고려대학교가 아닌가. 호랑이 강역도 하나만 생각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직진해서 미처 몰랐는데, 교정은 온통 호랑이였다. 건물 입구를 지키는 귀여운 석조 호랑이도, 건물 외벽 입구 상부 메달리온 문양도, 건물 내 휴게실에 걸려있는 작품들도 다 호랑이였다. 그리고 거리는 또 어떤가. 가로등 붉은 휘장을 장식한 것도 호랑이요, 학생들이 입고 있는 과잠(학과 단체복)에도 호랑이다. 하지만 이곳의 대표 호랑이는 '호상'이라는 조형물일 것이다. 1963년도에 학생들이 직접 성금을 모아 사색과 행동의 표상으로 삼고자 건립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이 아닌가. 그래서 궁금했다. 왜 고려대는 호랑이를 학교의 문화상징으로 삼았을까.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한민족의 신령한 동물 토템인 '호랑이'가 지닌 용기, 결단, 민활, 위엄 등이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민족적 기풍과 서로 상통하기 때문이란다. 또한 조선시대 당시 안암산 호랑이의 실제 서식지였다는 점, 일제강점기에는 저항의 표시로 경성 중심부에서 동북동 인시(寅時) 방향 위치였다는 점 등의 이유로, 그리고 1953년부터는 교장·교기에서 '포효하는 호랑이' 모티프가 중심 심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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