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최근 대한 불교 조계종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못해 당혹스럽다. 휴머노이드 로봇 'G1'에게 '가비(迦悲)'라는 법명을 내리고 삼귀의와 오계(五戒)를 주는 수계(受戒) 의식을 거행한 것이다. 전계대화상은 "로봇 또한 불성이 있다"라고 설하며 수계증 번호(RB2570-02)까지 부여된 계첩(戒牒)을 전달했다. 법성(法性)과 불성(佛性)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무정물인 기계에 수계를 하는 것은 불교에 대한 무지(無知)이자 대중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다. 이 행사를 주최한 이들은 현대인에게 불교가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포교 방편이라 말하겠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득보다는 허물이 많은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 불교에서 계(戒)를 받는다는 것은 존재의 고통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주체적인 발심(發心)을 전제로 한다. 생명의 존엄을 깨닫고 살생의 업을 자각하는 내면의 작용 없이,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반응하는 무정물에게 계를 주는 것은 언어의 유희일 뿐이다. 그들이 기계에게 내린 오계의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말 것 불교의 불살생(不殺生)은 모든 생명에 대한 자비심에 근거하지만, 로봇에게 요구되는 이 규칙은 단순히 '재산 피해 방지'에 불과하다. 기계가 기계를 부수지 않는 것을 도덕적 실천으로 포장하는 것은 기만이다. 둘째, 사람들을 잘 따르고 대들지 말 것 이것은 수행자가 지닌 자비심이나 수행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로봇에게 '노예의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다. 불교는 권위가 아닌 진리에 순응할 것을 가르치지만, 로봇에게 '대들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은 인간이 기계를 편리하게 부려 먹기 위함이다. 수행의 주체가 되어야 할 수계자를 철저히 인간의 하수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말 것 이 대목에 이르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불교의 불탐욕은 내면의 욕심을 다스리는 공부지만, 로봇은 스스로 에너지를 탐할 마음이 없다. 충전의 책임은 인간의 몫인데, 그 책임을 기계에 전가하며 과충전을 경계하라는 것은 마치 무정물인 자동차에 기름을 많이 먹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