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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 Collector
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오마이뉴스

감자 들고 학교 간 아이, 교사가 거절하며 건넨 씁쓸한 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던 해, 스승의 날이었다. 우리 반 아이의 어머니가 감사의 마음이라며 편지와 함께 3만 원권 상품권을 건넸다. 손에 쥔 봉투가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기쁘기보다 몹시 불편했다. 아이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종이 몇 장으로 계산되는 듯해 선뜻 받을 수 없었다. 당장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단호한 거절이 어머니의 진심에 상처가 될까 마음이 걸렸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는 내가 아끼던 책 한 권을 사서 그 안에 편지를 끼워 상품권과 함께 돌려보냈다. 받고 싶지 않은 '원칙'과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배려' 사이에서, 당시의 초임 교사가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인간적인 방식의 거절이자 청렴이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2016년, 이른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사회 전반에 시행됐다. 나는 처음 이 법의 도입을 두 손 들어 반겼다. 이제 학부모의 호의를 법이라는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정중히 거절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이 법이 왜 교실에 당도해야만 했는지 안다. 과거 교육 현장에는 촌지라는 이름의 부끄러운 관행이 있었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를 향한 교사의 미소가 달라지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법은 그 썩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불가피한 메스였다. 하지만 법은 환부만을 도려낸 것이 아니라, 교실에 흐르던 피와 온기마저 모조리 뽑아내 버렸다. 앙상한 법조문이 교실이라는 유기적인 공간에 뿌리내리는 방식은 너무도 기계적이었다. 이 법의 본래 취지는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부정청탁 등의 비리를 타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경은 어떠한가. 거대 권력 앞에서는 '직무 관련성'을 따지며 유독 관대하게 작동하는 듯 보이는 법망이, 엉뚱하게도 가장 힘없고 소박한 교실 바닥으로 떨어져 아이들의 연약한 마음을 베어내는 데 쓰이고 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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